은행·신금·사채시장까지 '3박자' 경색'돈 길'이 막혔다. 연말 금융공백사태가 심각해지고 있다. 은행합병과 노사갈등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은행, 예금인출 사태로 집단고사 위기에 몰린 상호신용금고, 찬바람이 불고 있는 사채시장까지 모든 금융권의 자금 중개기능이 마비되면서, 연중 최대 자금수요철을 맞은 기업들로선 '돈 길'이 꽉 막혔다. 기업마다 '연말 넘기기' 비상이 걸린 상태다.
13일 금융당국과 금융계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부도업체수는 646개로 하루평균(은행영업일수기준) 25개 기업이 쓰러진 것으로 집계됐다. 99년3월이후 20개월만에 가장 많은 기업이 도산한 셈이다. 어음부도율도 10월 0.19%에서 지난달엔 0.34%(20일 현재)로 치솟아 2년2개월만에 최고수준을 나타냈다.
이 같은 기업도산행렬은 구조조정 태풍에 휩싸인 은행권이 '위험제로'인 초우량기업 및 가계대출을 제외하곤 융자창구를 사실상 폐쇄했기 때문.
한 은행 여신담당자는 "11ㆍ3 퇴출로 충당금부담이 커져 연말 자기자본비율을 관리하려면 정상적 대출이 어렵다"며 "특히 합병후 대량 감원이 있을텐데 누가 자기자리를 내놓고 부실위험이 따르는 대출을 해주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은행원들이 사실상 일손을 놓고 말았다.
신규대출은 고사하고 기존대출금의 만기연장도 어려운실정이다. 지난달 은행권 대출증가액 3조9,000억원중 기업엔 9,000억원만 공급됐고, 기업어음(CP)도 우량급에 속하는 A2,A3급 기업조차 회수당했다.
은행의 신용문턱을 넘기 어려운 중소기업과 영세상인들이 마지막으로 기댈 수 있는 곳은 상호신용금고와 사채시장.
그러나 금고업계가 무더기 영업정지사태를 맞고, 사채시장마저 '벤처스캔들'이후 꽁꽁 얼어붙어 한계기업들은 자금줄이 완전히 말라버린 상황이다. 한 건설사 협력업체사장은 "월 4부이자를 준다해도 어음할인이 불가능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은행권 고위 관계자는 "그렇지 않아도 자금수요가 많은 연말에 기업ㆍ금융구조조정까지 겹치면서 비롯된 현상"이라며 "일단 시작된 이상 구조조정을 빨리 매듭짓지 않으면 대량도산사태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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