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의 스웨덴 일정 중 눈에 띠는 대목은 13일 오후 7시(한국시간)에 있었던 고(故) 올로프 팔메 전 총리의 부인인 리스벳 팔메 여사(69)와의 접견이다. 스웨덴 방문 일정이 1박2일에 불과, 빡빡한데도 왕가나 정부, 노벨재단의 고위인사가 아닌 전직 총리의 부인을 만나는 것이 이례적이다. 그러나 김 대통령과 팔메 전 총리 부부의 인연을 알고 나면 만남이 자연스럽게 설명된다.김 대통령과 팔메 전 총리의 인연은 1973년 동경납치사건으로 거슬러 올라 간다. 당시 팔메 전 총리는 '한국내 야당 탄압'을 강력히 경고했고 그 직후 일본을 방문했을 때 김 대통령의 신변 위협에 우려를 표명했다.
69~76년, 82~86년 총리를 지낸 팔메 전 총리는 80년 김 대통령이 사형선고를 받았을 때 사민당 당수로서 구명에 앞장섰고 김 대통령이 옥중에 있을 때는 약품을 보내는등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당시 팔메 전 총리의 보좌관으로 서명운동을 벌인 실무자가 스웨덴 국회의장인 브리기타 달 여사다.
84년 미국을 방문한 팔메 전 총리는 하바드대에서 공부중이던 망명객 김 대통령을 일부러 찾았다. 그로부터 2년 후인 86년 팔메 전 총리는 경호원없이 부인과 영화를 보고 나오다가 암살당했다.
김 대통령은 89년 야당 총재로 스웨덴을 방문했을 때도 팔메 여사를 만났다. 김 대통령 내외와 팔메 여사는 지속적으로 편지를 주고받는 등 친구처럼 지냈으며 94년 아태재단 창설 때는 팔메 여사가 축하하기 위해 직접 방한했고 99년 김 대통령 저서 '옥중서신'의 스웨덴판에 서문을 쓰기도 했다.
이영성기자
입력시간 2000/12/13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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