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모임에서 존스 홉킨스 대학의 돈 오버도퍼 교수를 만났다. 93년 대학교수가 되기 전까지 그는 환갑이 넘도록 워싱턴 포스트에서 국제문제 담당 기자로 명성을 날렸다.그는 38년 동안을 현장에서 뛴 대기자였으며 한국문제에 천착한 흔치 않는 미국 언론인이었다. 몇 년 전 그가 쓴 '두개의 한국(Two Koreas)'이라는 저서가 그의 한국에 대한 관심과 연구를 대변해 준다.
■돈 오버도퍼는 53년 미국 포병장교로 참전하면서 한국과 인연을 맺었지만, 본격적인 한국탐구는 72년 워싱턴포스트의 도쿄특파원이 되면서 시작됐다. 당시 한국에서는 김대중 납치사건, 유신, 남북적십자회담, 언론탄압사태 등이 일어났다. 그는 도쿄에 주재했지만 취재현장은 서울이었다. 그는 무교동 일대에서 반독재 취재원들과 만났던 기억을 되살렸다. 그는 박정희이래 모든 한국 대통령을 인터뷰했다. 그는 특파원을 마치고 본사로 돌아갔어도 워싱턴포스트의 한국통으로 흔들림이 없었다.
■오버도퍼가 들려주는 이야기 중에는 기자들의 정치적 편견과 관련된 교훈적인 것도 있었다.그는 55년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지방지 기자로 시작해서 몇 군데 옮겨 다니다가 68년 워싱턴포스트로 자리를 옮겼다. 그 때 미국은 총선거 해였다.
민주당의 휴버트 험프리, 공화당의 리처드 닉슨이 대결을 벌이는데 인종주의자인 조지 월러스 알라바마주지사가 제3당으로 출마해 세를 얻어 미묘한 상황이었다. 편집국장은 닉슨을 수행 취재할 기자를 고르고 있었다.
■그러나 편집국장은 오버도퍼에게 우선 "조지 월러스 후보를 취재할 수 있느냐"고 떠봤다. 좋다고 대답하자 다시 "험프리 후보 취재는 어떠냐"고 떠봤다. 그것도 괜찮다고 하자 드디어 닉슨 취재의사를 물었다. 오버도퍼가 "상관없다"고 말하자 그날로 닉슨 수행기자로 발탁됐다고 한다.
제로섬 게임을 벌이는 정치, 특히 선거전에서 편견을 배제할 수 있는 기자를 선정하는 것은 언론매체의 생명과 같은 것임을 오버도퍼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실감하게 된다.
/김수종 논설의원
입력시간 2000/12/13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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