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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失言 금고위기 '기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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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失言 금고위기 '기름'

입력
2000.12.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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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고 영업정지 속출정부가 금고 안정화 대책을 내놓은 지 불과 하루만에 다시 우량으로 소문난 해동금고(서울, 경기)가 예금인출 사태로 영업정지를 당하는 등 금고업계의 '몰락 도미노'현상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다.

사상 유례가 없는 최근의 금고업계 위기는 잇단 대주주의 불법 대출이 근본 원인이 됐지만 정현준씨 불법 대출사건 이후 '범죄와의 전쟁'을 하듯 금고 업계를 한꺼번에 검사하며 몰아부친 정부의 대응도 불난 집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여기에 고위 당국자들의 "사고 금고가 1~2개 더 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말로 위기감이 증폭된 가운데 정부가 아무리 대책을 내놓아봤자 '백약이 무효'한 것은 뻔한 이치다.

12일 정부는 다시 추가 대책을 내놓았으나 금고 고객들의 '심리적 공황' 상태가 이쯤에서 진정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 업계 '몰락 공포' 확산

12일 금고업계에 퍼진 퇴출의 공포는 극에 달했다. 9일 자산규모 3위의 간판 금고인 동아금고에 이어 이날 5위인 해동금고마저 영업정지되자 대다수 금고들이 하루종일 고객들의 문의전화와 예금인출 요구에 시달렸다.

동아금고 계열인 모금고에서는 9일 이후 3일 연속 예금인출 요구에 몰려 일단 영업정지를 피하기 위해 고객들을 설득하느라 진땀을 뺐다. 서울 강남에 있는 모금고는 동아금고와 같은 지역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11일 100억~200억원의 예금인출 요구에 시달렸다.

조그만 루머 하나에도 금고 전체가 송두리째 휘청거리고 있어 "이러다간 살아남을 금고가 없겠다"는 패닉(공황) 현상이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 업계의 요구

업계에서는 현행 6개월로 돼있는 영업정지 기간의 단축, 영업정지 기간 중에도 전액 예금인출 허용 등 특단의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이기헌 신용금고연합회 기획조사부장은 "금감원 뿐만 아니라 재경부, 한국은행, 예금보험공사 등 범정부 차원에서 금고 유동성 문제가 생길 경우 무제한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명확히 밝혀야 고객들이 안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문제 금고에 대해 명확히 이름을 밝히든지 아예 이야기를 꺼내지 말든지 해야 한다"며 정부 당국자들의 무책임한 발언을 꼬집었다.

K금고 직원은 "금고사태는 전체 금융권에 대한 국민의 불신에서 비롯되고 있다"며 "정부 차원에서 금융 구조조정을 빠른 시간 내에 마무리해야 금고 문제도 진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 정부의 대책과 전망

정부는 10일 발표한 1조원 긴급 지원이 약효를 발휘하지 못하자 다시 12일 추가 자금 수혈 발표와 함께 현재 진행중인 검사에 대한 사실상 종결을 선언했다.

검사 장기화에 따른 고객 불안심리를 잠재우기 위해선 자금 지원 외에 검사의 마무리와 "더 이상의 사고금고는 없다"는 발표가 필요했던 것.

그러나 금고에 대한 검사는 내년에도 계속될 것이며, 특히 1월1일부터는 예금부분보장제 실시로 영업정지시 원금이 전액 보장되는 지금보다도 더욱 상황이 나빠지게 된다.

그러나 금고업계의 요구를 받아들여 무작정 돈을 쏟아 부을 경우 금고를 위해 금융정책 근간을 흔들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어 정부로서도 난감한 표정이다.

금고 업계 스스로가 빠른 시일내에 불법ㆍ부실의 이미지를 씻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길만이 공멸을 피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남대희기자

dhnam@hk.co.kr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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