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 목욕탕이 발달한 고대 로마에서는 이 곳에서 온갖 소문이 유통됐다. 목욕탕이 아니라도 저잣거리 등 사람이 모이는 곳에 진짜 소식과 뜬 소문이 함께 흘러 드는 것은 동서양이 마찬가지였다.중세 프랑스에는 각 성시(城市)에 나도는 소문을 모아 여러 지방에 전파하고 돈을 받는, '누벨리스트'(Nouvellistes)란 전문 직업도 있었다. 물론 초보적 형태의 신문조차 없던 시절이니, 진실과 거짓을 가리는 것은 온전히 청취자의 몫이었을 것이다.
■대중 언론 시대에는 언론이 소문의 진실성을 검증하는 공론의 장(場)이 된다. 그러나 권위주의 사회에서는 소문이 검증되지 않은 채 유언비어 형태로 떠돌게 된다. 민주 사회를 자부하려면, 언론과 여론이 소문의 진실성을 가려 낼 수 있어야 한다.
또 정부와 국회, 사법부 등 국가기관이 권한과 책무에 따른 검증기능을 제대로 수행해야 한다. 그러나 최근 돌출한 두 가지 에피소드는 진정한 민주 사회와 거리 먼 현실을 대변하는 듯 하다.
■첫번째는 경찰청이 경제정책 비방을 포함한 유언비어를 단속하겠다며, 인터넷에서 대통령을 비방한 시민을 명예훼손혐의로 조사한 사건이다. 경찰이 세평(世評)과 여론 까지 간섭하겠다고 나선 셈이다. 또 국민의 기본권인 언론자유를 부당하게 침해한 것이다.
쉽게 설명하면, 대통령이 국민을 욕하면 탄핵 감이지만 국민이 대통령을 비방하는 것은 자유이자 권리다.
■두번째 에피소드는 경찰청장이 경찰제복 납품업자에게서 캐시미어 양복 등 천만원대 옷 로비를 받고 특혜를 주었다고 야당의원이 국회에서 주장한 것이다.
경찰은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으니, 유언비어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국회의원은 몰라도, 이런 유언비어를 앞서 보도한 언론과 인터넷으로 전파한 이들은 당연히 색출해야 하지 않겠는가.
이들의 명예훼손 혐의를 따지다 보면, 진실도 으레 밝혀질 것이다. 금융 스캔들과 권력자들에 관한 온갖 유언비어 등을 단속하는 길은 뜻밖에 이렇게 간단하다. 또 그게 법치 구현이다. 경찰의 분발을 기대한다.
/강병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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