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에 있는 정치경제위험컨설팅(PERC)은 매년 아시아 기업인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다. 지난해 PERC의 조사는 우리나라가 아시아 12개국 중 외국인이 살기 가장 힘든 국가로 평가했다.영어소통의 어려움으로 인한 문화적 이해 결여, 외국인을 위한 서비스와 시설 부족이 원인으로 꼽혔다.
정부가 세계화를 주창한 지 10년 가깝이 지난데다 지하철 안내방송에서도 영어를 곁들이는 마당에 여전히 꼴찌라니 답답할 노릇이다.
PERC의 평가가 절대적인 것은 아니며 평가항목 중 영어소통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은 감은 있지만 이 평가 결과가 한국투자에 관심을 갖는 외국 기업인들에게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현실이 마음에 걸린다.
투자유치 선진국인 싱가포르는 리콴유 초대 수상이 일찌감치 중국계가 대다수인 국민의 반대를 무릅쓰고 영어를 국어로 정했다. 다민족 사회의 통합을 위한 것이었지만 자본, 기술이 없는 도시국가가 외국자본과 기술을 유치하기 위한 인적 인프라 구축이 진짜 이유였다. 싱가포르는 여기에 힘입어 오늘날 국제금융과 물류의 중심지로 자리잡게 됐다.
말레이시아도 동남아의 중심지로 발돋움하기 위해 영어공용화정책을 쓰고 있다. 마하티르 수상은 말레이어 뿐 아니라 영어, 중국어, 타밀어를 공용어로 채택, 모든 국민들이 2020년까지 영어는 물론 중국어까지 완벽하게 구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의욕을 보이고 있다.
영어에 관한 한 우리보다 못하다는 일본도 변하고 있다. 올해 초 총리자문기관이 제2공용어지정을 제안했고 결국 오부치 전 총리가 이를 수용했다. 21세기엔 영어를 사실상 공용어로 하겠다는 의미이다.
영어는 이미 국제적 공용어로 자리잡았다. 한국경제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정보통신산업의 공용어도 영어다. 경쟁국들은 '영어가 경쟁력'이라는 현실을 직시하고 일찌감치 영어공용화에 나섰다. 영어가 보편화하면 외국 기업과 자본을 맞이하는 문이 그만큼 넓어지게 된다.
우리도 이제 국어와 함께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점진적으로 조성해 가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영어도 이제 피할 수 없는 인프라의 하나가 아닌가.
金完淳 (외국인투자 옴부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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