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일치 솔로몬판결 기대難변수라면 중도계 대법관 2명
미국 연방대법원은 한달 여를 끌어온 대선의 법정 공방을 종결하는 명판결을 솔로몬처럼 할 수 있을까.
연방 대법원이 11일 수작업 재검표에 대해 어떤 판결을 할 것인지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만장일치의 절묘한 판결보다는 보수와 진보라는 색깔에 따른 판결이 나올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연방 대법원이 9일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후보측의 긴급청원을 받아들여 플로리다주 대법원의 논란표에 대한 수작업 재검표 명령을 24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뒤집은 것에서 충분히 예측가능하기 때문이다. 정치 및 법률 전문가들은 연방 대법원 판사들의 성향을 미루어 볼 때 11일의 판결도 지난 9일의 5 대 4 범주로 나눠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연방 대법원은 정당 정치보다도 상위의 존엄성과 권위를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를 받아왔다.
첨예하고 화해하기 힘든 정치적 법적 논쟁에 대해 만장일치 판결을 내림으로써 패자조차도 승복하게 만든 전통을 일궈왔다. 대표적인 예가 1954년 공립학교의 인종차별정책 폐지, 1976년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의 워터게이트 녹음테이프 인도 명령이다.
그러나 이번의 경우 대법원이 진행중인 수검표를 중단시키는 명령을 내림으로써 사법의 직접적인 정치개입 문제를 둘러싸고 논란을 부르고 있다. 특히 대법관들의 정치적 성향이 판결에 고스란히 드러날 것으로 보여 첨예한 정치논쟁이 법원의 분열과 이로인한 권위실추를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9일 수검표 중단명령 당시 대법원은 윌리엄 렌퀴스트 대법원장, 앤토니 스칼리아, 클래런스 토머스, 앤서니 케네디, 샌드라 데이 오코너 등 5명의 판사가 부시 후보측으로, 루스 배이더와 데이비드 수터, 존 폴 스티븐스, 스티븐 브레이어 등 4명의 판사가 민주당의 앨 고어 후보측으로 양분상을 보였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날 판결 후 다수 의견과 소수 의견을 낸 판사들이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고 치열한 설전을 벌였다는 점이다. 대법관중 가장 보수적인 스칼리아 판사는 "연방대법원의 수작업 재검표 중단 명령이 최종판결은 아니지만 판사 과반수가 부시측의 승소가능성을 믿고 있다"고 부시 후보 지지입장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반면 스티븐스 판사는 "집계 중지는 피청원자인 고어 후보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가하는 것"이라고 고어 후보측을 옹호했다.
5 대 4라는 근소한 우위의 판결은 이번만은 아니다. 1990년대 이래 연방 정부에 대한 주 정부의 권한 강화, 소수민족 우대정책 제한, 낙태문제 등 20여 건에 대해 5 대 4 또는 근소한 다수결로 결론을 맺어 온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이념의 대립이었을 뿐 이번 대선의 경우처럼 정치적 국론분열을 반영한 것은 아니었다.
고어 후보측은 변론에서 보수 성향 판사 5명 중 적어도 1명이 마음을 돌릴 수 있도록 이들을 향한 집중 호소를 펼 것으로 여겨진다. 고어측의 집중공략 대상은 첫 여성 대법원 판사인 오코너와, 합의와 동의를 중시하는 성향의 케네디 판사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코너와 케네디 판사는 평소 보수와 진보를 오가는 경향을 보여온 것으로 파악되고 있으며 이들 중 1명만 입장변화를 보이면 고어 후보측은 극적인 역전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대법원이 고어 후보와 부시 후보 중 누구의 손을 들어주든 5 대 4라는 다수결은 미국 사회의 분열상을 더 악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패배한 후보 측과 지지자들이 진정한 승복보다는 '강요된 패배'로 인식할 소지가 크다.
최기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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