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법제화를 추진중인 생명윤리 관련 법안이 공청회를 거치면서 생명공학 연구를 위축시킬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적지 않은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연구자들은 "우리가 세계경쟁력을 가질 몇 안 되는 과학분야를 포기하는 것"이라고까지 말하고 있다. 과연 우리나라 생명공학의 기술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21세기 생명과학의 화두 중 하나는 게놈, 다른 하나는 간(幹)세포 연구와 복제 등 세포조작 분야다. 세포조작 기술은 50년 뒤쯤 성과가 가시화할 게놈연구와 달리 5~10년 후 치료에 첫 적용될 것으로 기대되며 게놈 활용에도 필요한 기술이다.
간세포는 210여 가지 모든 장기와 조직을 만들 수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인간배아로부터 간세포가 분리된 것은 겨우 1998년의 일이다.
미국 위스콘신대학팀이 최초로 인간 배아에서 내부세포 덩어리를 추출, 배양함으로써 간세포 생산에 성공했다.
세계적으로 간세포 분리에 성공한 나라는 이밖에 호주ㆍ싱가포르 공동연구팀, 그리고 우리나라 산부인과 전문 마리아병원 박세필 박사팀 정도다. 더구나 박 박사팀이 이용한 것은 5년간 얼려두었던 냉동배아로 세계 최초였다.
서울대 황우석 교수도 올해 남성의 귀세포를 복제한 배아를 배양했지만 간세포 분리에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그러나 황 교수의 연구는 거부반응 없이 자신에게 이식할 수 있는 복제수정란이라는 점에서 모든 연구자들이 꿈꾸는 목표다.
연구의 완성은 멀었다. 간세포를 장기로 분화하려면 어떤 성장인자가 어떤 비율로 작용해야 하는지를 알아야 하는데 거의 밝혀진 것이 없다.
세계의 연구자들이 규명에 들떠 있지만 인간배아 간세포를 분리할 능력조차 부족해 우리나라가 앞서 갈 기회가 있다.
황 교수의 체세포 복제연구는 영국 로슬린연구소의 돌리 복제 방법을 뒤쫓았다는 점에서 원천기술 확보에 한발 늦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세계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것은 틀림없다. 황 교수는 올해 3원이종간(호랑이 체세포, 소 난자, 사자 대리모) 동물복제를 시도하는 등 생명 질서의 한계에 도전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당당히 경쟁할 만한 이유는 있다. 이 분야가 게놈 연구나 우주항공분야처럼 막대한 예산이 들지 않고 단지 끈질긴 반복실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 0.1㎜ 크기의 배아에서 0.02㎜의 내부세포 덩어리를 추출하는 등 미세한 실험에 손동작이 섬세한 우리가 강하다는 평도 있다.
김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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