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喜·悲…2시간후…悲·喜▲8일 플로리다주 대법원과 리언 카운티 순회법원이 두 시간의 시차를 두고 내놓은 판결은 민주당 앨 고어 후보와 공화당 조지 W 부시 후보 진영에 엇갈린 희비를 번갈아 안겨주었다.
먼저 고무된 쪽은 부시 진영. 리언 카운티 순회법원의 니키 클라크 판사와 테리 루이스 판사는 이날 민주당원들이 제기한 세미놀 카운티와 마틴 카운티의 부재자투표 관련 소송을 기각했다.
원고측의 청구내용은 두 카운티에서 공화당원들이 부재자투표 신청용지의 유권자 신원번호를 임의로 써넣었으므로 무효처리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두 판사는 "부재자 투표용지 신청 과정에서 잘못이 개재됐지만 투표용지의 신성함과 선거의 본질을 훼손하지 않았다"며 기각 판결했다. 민주당은 판결에 불복, 즉각 주 대법원에 상고했다.
하지만 부시 진영의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주대법원이 리언 카운티 순회법원의 샌더스 솔즈 판사가 지난 4일 고어측의 수작업 재검표 청원을 기각하는 과정에 "중대한 법률적 오류가 있었다"고 판결했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투표자의 의도를 알 수 있는 분명한 표시가 있고 선거인단 선택을 결정하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다면 어떠한 표도 무시되어서는 안된다"는 주법을 근거로 제시했다.
지난달 21일 수작업 재검표 인정을 판결할 때는 전원합의를 이루어냈던 이들은 이번에는 격론 끝에 막판 표결을 선택, 4대3으로 간신히 판결을 끌어냈다.
대법원은 이와함께 팜비치 카운티에서 보고시한을 넘겨 주 선거관리위원회가 인정치 않은 고어의 순증표 215표와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가 수검표 중단 결정 직전 고어표로 분류한 뒤 보고치 않은 168표를 선거결과에 합산토록 명령했다. 또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의 9,000표 등 주 전체의 논란표 4만3,000표에 대해서 수작업 재검표를 실시토록 했다.
그러나 주대법원은 팜비치 개표위가 천공 자국만 남아 있는 3,300여 딤플표를 무효처리한 것과 낫소 카운티가 기계 재검표 때 실수로 218표가 누락됐다며 부시가 52표 앞선 지난달 7일의 개표결과를 보고한 것은 법적ㆍ사실적으로 잘못이 없다고 설명하면서 고어측의 수작업 재검표와 재검표 결과 정정 요구를 기각했다.
권혁범기자
hbkwon@hk.co.kr
▲연방대법 판결에 다시 喜·悲▲
공화 민주 양 진영은 8일과 9일 사이 순회법원과 주 대법원, 연방대법원이 교대로 엇갈린 판결을 내놓자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극도의 감정굴곡을 겪어야 했다.전날 한차례 씩 희비를 교차한 양 진영은 연방대법원이 9일 플로리다주 대법원의 수작업 재검표 명령을 뒤엎는 수검표중단 결정을 내리자 환호와 절망의 분위기로 다시 갈리는 모습을 보였다.
공화당 조지 W 부시 후보는 이날 텍사스주 크로포드의 목장에서 돈 에번스 선거대책 본부장으로부터 "연방 대법원이 수작업 재검표 중단을 명령했다"는 연락을 받자 "좋군, 좋은 소식이야"라며 기뻐했다. 부시는 그러나 양분된 국민정서를 의식했는지 노골적인 환영 표현은 자제했다.
부시는 플로리다주 당국의 승리 인증 후 정권인수 작업엔 박차를 가하고 있으나 '당선자'가 아닌 '당선 대기자'로서 신중하게 처신하고 있다.
하지만 하루 만에 전세를 역전시킨 부시 후보측 선거본부는 박수를 치고 포옹하는 등 열광했다. 부시의 법률고문인 제임스 베이커 전 국무장관은 양측의 법정공방전을 '오디세이'에 비유, "하루는 저쪽이 이기고 하루는 우리가 이긴다"고 표현한 뒤 "플로리다주 대법원의 수작업 재검표 명령을 중지시킨 연방 대법원의 결정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플로리다주 각 카운티의 재검표 작업장 인근에 모여 있던 부시 지지자들도 "부시 대통령!", "고어는 포기하라"고 외치며 일제히 환호했다.
반면 민주당 앨 고어 후보측 선거본부는 연방 대법원의 개입으로 하루 만에 전세가 역전되자 당황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데이비드 보이스 수석 변호사는 "이 문제는 주법상의 문제지 연방 대법원이 개입할 문제가 아니다"고 강한 어조로 비난한 뒤 "수작업 재검표가 계속 진행된다면 고어가 대통령에 당선될 것"이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론 클라인 변호사는 수작업 재검표가 끝났거나 거의 완료된 13개 카운티에서 고어가 58표를 추가했다고 중간 결과를 공개하기도 했다.
고어 후보 자신은 이날 워싱턴 부통령 관저에서 조용히 보냈으나 연방 대법원의 뒤집기 명령에 실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고어와 전화통화를 한 민주당 고위 인사는 "고어가 매우 침착하고 확신에 차 있다"면서도 향후 전개될 법원의 판결을 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어 후보측은 연방 대법원이 수작업 재검표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판결할 경우 마땅한 대응수단이 없는데다, 설령 그 반대의 판결이 나오더라도 플로리다주의 선거인단 선출시한인 12일 이전에 논란표를 재검표 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없기 때문이다.
이동준기자
d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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