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섬.면방.시멘트등 업계 이해대립 정부눈치만화섬, 면방, 유화, 제지, 철강 전기로, 시멘트 등 공급과잉 6개업종 자율 구조조정이 표류하고 있다.
정부는 업계 자율원칙을 명분으로 총대를 맬 수 없다며 한발 물러서있고, 해당업계도 첨예한 이해대립속에 정부 눈치만 보고 있기 때문이다.
신국환(辛國煥) 산업자원부 장관은 이와 관련, 10일 "6개 업종의 과잉 중복투자와 과당경쟁이 심각한 만큼 산업정책적 측면에서 이들 업종의 경쟁력 강화 마스터플랜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 제살 깎아먹기 전쟁터
업계도 구조조정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만성 공급과잉에 내수 부진까지 겹쳐 기업간 제살 깎아먹기식 출혈경쟁을 수 년째 지속하고 있다.
게다가 상당수 법정관리나 화의 기업들은 금융비용 감소 이점을 악용, '버티고 보자'는 식의 덤핑에 나서 상대적으로 우량한 기업마저 도산위기에 몰리고 있다.
철강 전기로 업종의 경우 장기 건설 불황으로 철근 형강 등 건설자재 비중이 높은 업체들의 채산성 악화가 위험수위다.
철강협회가 추정한 올해 국내 연간 철근 수요는 800만톤인데 비해 공급량은 1,100만톤 규모. 지난해 말 기준 재고량만도 33만톤이 쌓여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체제 이후 업체들이 설비가동을 억제, 재고를 소진한 덕에 톤당 23만원까지 떨어졌던 철근값이 최근에야 손익분기점인 29만원선까지 회복됐지만 97년말의 34만원에는 턱없이 못미치는 수준이다.
형강도 국내 총생산량이 총 수요의 1.5배 수준이라는 게 정부 분석이지만 주요 시장인 미국의 철강재에 대한 통상압력으로 수출 길도 사실상 막힌 상태다.
시멘트나 유화, 제지는 물론, '부실의 지뢰밭'으로 통하는 화섬이나 면방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
정부는 내부적으로 이들 업종의 실태와 문제점 등을 종합한 자율 구조조정 '가이드 라인' 을 작성, 사업자단체를 중심으로 한 업계 대표들과 마라톤 협의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업계의 분위기는 냉담하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IMF체제 직후 주요 업체들이 부실설비 정리 등 자율 구조조정에 합의해 수 개월간 추진한 적이 있지만 결국 업계 내부 저항으로 백지화됐다"며 "정부가 뒷짐을 진 채 업종 전체가 스스로 구조조정을 하라는 것은 안해도 된다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로서도 곤혹스럽기는 마찬가지. 구조조정의 시급성은 인정하지만 정부가 칼자루를 쥐고 이를 추진하는 것은 상상조차 못할 일이라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산업정책적 차원에서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알리는 수준일 뿐 구체적인 대안은 업계 스스로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연구원 관계자는 "6개 업종의 구조조정을 방치하면 산업경쟁력 강화는 고사하고 기초 소재산업의 존립기반까지 흔들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정부가 사안에 따라 개입 정도에 강ㆍ약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윤필기자 walde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