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쏙 드는 팀을 찾았다." 창원 LG의 전천후플레이어 조우현(24ㆍ190㎝)은 요즘 기분을 이 한 마디로 표현한다. 조우현이 올 시즌들어 팀의 명칭(LG 세이커스ㆍ송골매)에 걸맞는 선수로 거듭나고 있다. 10일 현재 수원 삼성(11승3패)을 반게임차로 제치고 시즌 처음으로 선두에 나선 지난 해 하위팀(7위) LG(12승3패)의 고공비행은 사실 조우현이 있기에 가능했다.한때 조우현에겐 '천부적인 슈터'라는 말이 따라붙었다. 동아고시절 중장거리 슈팅과 골밑돌파 능력에서 그에 필적할 만한 또래의 선수는 아시아권에서 조차 찾아보기 힘들었다.
중앙대에 막 입학한 1995년 3월 한국이 11년만에 우승한 아시아청소년선수권대회에선 MVP를 비롯, 득점왕 등 유일하게 개인상 3관왕을 독식했고, 95-96 농구대잔치에선 대학부 신인왕에 올랐다. 또 대학 2학년이던 96년 4월에는 20세이하의 세계 영스타들로 구성된 '월드팀'에 아시아대표로 유일하게 출전하기도 했다.
그러던 그가 2학년 후반부터 비틀거리기 시작했다. 당시 중앙대 사령탑이 막 바뀌면서 그의 플레이 스타일이 강훈 일변도의 훈련방식에 묻혀 버린 것. '특급슈터'는 순식간에 별볼일 없는 선수로 변해갔다. 농구를 그만 두려고까지 했던 그가 다시 날개를 단 것은 졸업반때 김태환 현 LG감독이 지휘봉을 잡으면서 부터였다. 김 감독이 그의 장점에 다시 불을 붙이자 그의 천재성은 되살아났고 '슈퍼루키'라는 칭호와 함께 프로농구 신인드래프트 2순위로 대구 동양 유니폼을 입었다.
하지만 장밋빛 꿈으로 기다렸던 프로무대는 그에게 또다시 지독한 좌절감만 안겼다. 데뷔시즌 후반에는 줄곧 벤치만 지켰을 정도. 결국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박훈근과 트레이드되는 수모를 당해야 했다. 트레이드 당시 "LG가 밑지는 장사를 했다"는 치욕적인 말도 들었다. 그러나 이 트레이드는 김태환 감독의 계산된 카드였다.
중앙대에서 프로무대로 영입된 김 감독은 슈터를 물색하다 조우현이 벤치멤버로 있는 것을 보고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넌지시 던진 카드가 그대로 적중한 것.
방황끝에 옛 스승의 품으로 돌아온 조우현은 180도 달라졌다. 시즌 초 조성원과 함께 3점 슈터로 펄펄 날던 그는 12월 초부터 포인트가드까지 겸업했다. 큰 키에도 불구하고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는 스피드를 갖춘 그의 허슬플레이는 상대방의 기를 꺾기에 충분했다. LG가 9일 잠실중립경기서 안양 SBS를 129_118로 따돌렸을 때도 조우현이 큰 몫을 해냈다. 노룩패스와 한 템포 빠른 볼투입으로 13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했고, 키큰 용병을 앞에 둔 채 이중점프로 넣는 골밑슛, 통쾌한 3점포 등으로 23점을 보탰다. 지난 시즌 계륵같은 존재서 공격농구의 조타수로 성장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정원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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