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후드 바라크 이스라엘 총리가 9일 전격 사임을 발표하고 60일 내에 실시될 신임 총리 선거에 재출마하겠다고 밝혔다.바라크 총리는 이날 TV연설을 통해 "긴급 비상사태에 직면해 있는 상황에서 팔레스타인과의 폭력 사태를 완화하고 평화협상을 진전시킬 필요성이 있기 때문에 국민의 신임을 다시 묻기로 했다"고 사임 이유를 밝혔다.
바라크 총리는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권한에 대해 의문을 제기받고 있다"면서 "총리 선거는 평화에 대한 진정한 국민투표가 될 것"이라며 사임의 정당성을 설명했다.
그는 10일중 모셰 카차브 대통령에게 사직서를 제출하겠다고 밝혔으나 새로운 총리가 선출될 때 까지 총리 업무는 계속 수행하게 된다.
극우 야당인 리쿠드당의 아리엘 샤론 당수는 이날 성명을 통해 "매우 놀랐다"면서 "바라크 총리의 정부가 지금과 같은 심각한 안보상황과 정치혼란 속에서 제 기능을 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 것 같다"고 논평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각료인 타예브 압데라힘은 "바라크 총리의 사임은 평화협상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팔레스타인 지도부는 현재 이 문제에 대해 논의를 하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 달 28일 의회(크네세트)의 조기 총선안에 동의했던 바라크 총리의 전격 사임은 국민의 표로 자신에 대한 신임을 먼저 확인함으로써 총선을 사실상 무효화시키는 동시에 차기 총리 후보로 물망에 오르고 있는 벤야민 네탄야후 전 총리의 출마를 막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스라엘 선거법은 의회의 의원만이 총리 선거에 출마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난 5개월간 연정에 참여했던 3개 당이 이탈하고 극우 리쿠드당과의 거국내각 구성 역시 실패로 돌아가는 등 벼랑 끝에 몰린 바라크 총리가 마지막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7월 캠프 데이비드 평화협상이 실패하면서 위기를 맞기 시작한 바라크 총리는 지난 9월28일 샤론 리쿠드당 당수의 알 아크사 사원 방문으로 촉발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의 유혈충돌이 지속됨에 따라 급격히 지지기반을 잃기 시작했다.
반면 지난 해 5월 총선에서 바라크 총리에게 참패한 네탄야후 전 총리가 차기 총리로 재부각됐다. 최근 여론 조사에 따르면 네탄야후 전 총리가 45%대의 지지율로 28%에 불과한 바라크 총리에 크게 앞서고 있다.
바라크 총리의 사임으로 의원만이 총리선거에 출마할 수 있도록 한 선거법에 대한 개정 논란이 일고 있다. 바라크 총리와 샤론 리쿠드당 당수가 법개정을 지지한다고는 밝혔지만 정치 분석가들은 선거일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법개정은 불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게다가 샤론 당수 역시 네탄야후 전 총리의 복귀를 바라고 있지 않아 선거법 개정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기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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