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권"불가피땐 DJ독대" 반권"DJ결단 지켜보자"민주당이 '권노갑 퇴진론'의 조기 봉합을 시도한 이후 8일 '반권(反權)''친권(親權)' 양 진영의 움직임은 소강상태에 빠져 들었다.
반권 세력인 일부 초ㆍ재선 의원들은 "당분간 모임을 갖지 않기로 했다"며 관망으로 돌아섰고 당 부위원장급들을 비롯한 권노갑 최고위원 지지 그룹도 일단 집단행동을 접기로 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물밑에서 또 다른 치열한 수 싸움이 시작되고 있다.
권 최고위원 측은 "시간은 우리 편"이라는 기대 속에서 퇴진론의 완전진화를 위해 막후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권 최고위원은 퇴진론이 불거지자마자 이미 당내 중진은 물론 일부 소장파 의원들을 두루 접촉한 데 이어 앞으로도 이런 개별접촉 행보를 계속키로 했다. 권 최고위원 측의 목표는 퇴진론이 다시 나오는 분위기를 만들지 않겠다는 것이다.
권 최고위원 측은 또 김대중 대통령이 출국 전 당의 단합을 강조한 것을 일종의 '재신임'으로 해석하면서 필요하면 한때 배후로 지목했던 한화갑 최고위원과의 회동도 검토키로 했다.
그러면서도 퇴진론에 다시 불이 붙어 세 대결이 불가피할 경우를 대비한 자파세력 점검 및 제휴 세력확보 작업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권 최고위원 측이 "모든 것이 오해에서 비롯됐고 진퇴는 김 대통령만이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은 최악의 경우, 김 대통령을 독대해 의중을 확인하겠다는 배수진에 해당한다.
'반권' 진영은 일단 기다려 보겠다는 자세다. 정동영 최고위원이 제기한 퇴진론에 적극 가담한 한 초선 의원은 "다소 과격한 방법도 있었지만 우리의 뜻을 김 대통령에게 충분히 전달한 만큼 김 대통령이 결단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김 대통령이 8일 출국하면서 "귀국한 뒤 국정 개혁을 단행하겠다"고 약속한 것에도 남다른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반권파는 친권 세력의 움직임 및 김 대통령 의중의 파악을 위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기류가 이상한 방향으로 흐를 경우 다시 한번 밀어붙이겠다는 계산에서다.
다만 권 최고위원의 '퇴진'이 구체적으로 최고위원직 사퇴를 의미하는 지에 대해서는 반권파내에서도 양론이 있다. 결국 김 대통령이 귀국해 당정쇄신을 단행할 즈음에 다시 격돌이 벌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고태성기자
tsgo@hk.co.kr
■한화갑 "배후지목 근거를 대라"
'권노갑 퇴진론' 파문 와중에 일본을 방문했던 민주당 한화갑 최고위원이 8일 귀국했다. 그는 공항에서 기자들에게 권노갑 최고위원 측이 자신을 배후로 지목한 것과 관련, "배후로 지목했으면 근거를 대야 할 것 아니냐"고 거칠게 반문했다.
"옛말에 말이 아니면 하지를 말고 길이 아니면 가지도 말라고 했다"고 손을 내젓기도 했다. 권 위원에 대해서도 "당의 단합을 위해 나서겠다는 건설적 얘기를 해 다행"이라고 했지만 "따로 만날 계획은 없다"며 선을 그었다.
하지만 그는 "7일 김대중 대통령에게 전화 드렸더니 '최고위원들이 적극 나서 당의 단결을 도모하라'고 당부했다.
앞서 6일 전화한 박지원 전 문화장관도 '당내 단합에 주도적으로 나서라'고 하더라"는 말로 더 이상 파문이 확산되길 원하지 않는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그는 향후 자신의 역할에 대해 "당의 단결과 화합을 위해 할 일이 있다면 기여할 생각"이라는 말로 '수습'에 자리매김했다.
한 위원은 그러나 정동영 최고위원의 발언에 대해서는 "국민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정치인의 기본자세"라며 "누구든 당을 위한 충정을 얘기할 수 있는 것이며 상대방이 받아들일 지 여부는 또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20분 넘게 진행된 기자간담회 내내 '권노갑 퇴진론'에 대한 소신, 배후설의 진원지 등 민감한 부분은 파장을 우려한 듯 시종 "글쎄"라며 말끝을 흐렸다.
이동국기자
east@hk.co.kr
■김근태'동교동계 책임론' 파장
민주당 김근태 최고위원이 7일 제기한 '집권 2기에 전진 배치된 동교동계의 책임론'이 당내에 급속히 확산되면서 새로운 화두를 제공하고 있다.
정동영 최고위원이 제기한 '권노갑 퇴진론'은 일부 시중의 유언비어를 인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권노갑 최고위원측의 강한 반박을 받았다.
그렇지만 김 최고위원은 퇴진론의 논리적 근거를 제시하려 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김 최고위원측은 8일 "동교동계에만 책임을 물으라는 것이 아니다"면서 일부 오해가 있음을 밝혔으나 그의 주장은 이미 총선패배 책임론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상당한 논쟁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심정적으로 '퇴진론'에 동조하고 있는 세력들은 동교동계 책임론을 폭 넓게 생각한다.
총선에서의 석패는 물론이고 총선 후 선거비용 실사개입 의혹, 국회법 날치기 파동, 검찰 탄핵안 실력저지 등에서 나타난 일련의 강공책이 전진 배치된 동교동계의 '작품'이라고 보는 것이다.
'전진 배치된 동교동계'인 권 최고위원이나 김옥두 총장측은 그러나 "당이 어려울 때 그들은 어디에 가 있었느냐"고 반문하며 격앙된 모습이다.
이들이 특히 대권 주자형 최고위원들에게 느끼는 불신감은 상당히 뿌리가 깊다. "궂은 일은 마다하고 생색나는 일에만 몰려 다니면서 이미지 관리만 하면 정권 재창출이 되는냐" "위기 때마다 당의 분열을 조장하고 자신들이 속한 지도부를 흔드는 것이 능사냐"는 것이 이들의 항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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