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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조선사 소모적 논쟁 지양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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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조선사 소모적 논쟁 지양 바라며

입력
2000.12.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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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2일자 19면에서 고준환 경기대 교수는 본인의 KBS역사스페셜 프로에 대한 비판을 두고 '실증적으로 고조선 비판' 을 하라는 반박글을 실었다.실증은 전혀없이 주장만을 하던 분들이 실증적 비판을 이야기 하니 우습기도 하나 독자들의 오해를 풀어주고 재야사학자들의 문제점을 알리고자 하는 차원의 답글을 쓴다.

재야사학자들은 크게 세부류로 나눌 수 있다. 첫번째는 단군사상을 통해 민족정신을 고양시키는데 주안점을 두는 부류다. 두번째는 대학에 몸담지 아니하고 단군 조선만을 연구하는 부류이다. 세번째는 대학강단에 서면서 중국 문헌 및 고고학 자료를 확대 해석하는 이들이다.

앞의 두 부류 연구자들의 특징은 민족정신의 함양측면에서 단군의 실재를 주장하고 위서(僞書)인 환단고기나 규원사화를 근거로 연구한다는 점이다.

환단고기의 사료적 가치에 대해서는 이미 그것이 20세기에 쓰였다는 사실이 많은 글을 통해 입증 되었다. 책의 내용은 전혀 사실을 입증할 수 없는 종교적 세계의 내용이 중심이다.

이런한 점을 점을 차지하고라도 학계에서 위서라고 판정을 내린 책을 가지고 역사상을 구성하고 민족사 운운하는 것은 이미 역사적이고 학문적인 접근을 떠난 종교적 관점에서의 접근이요 역사의 반동밖에 안된다.

만일 본인이나 학계의 고조선론에 비핀하고자 한다면 비파형동검이 고조선 사람만이 사용한 칼이며 따라서 비파형 동검이 출토하는 지역은 고조선 영역이 될 수 밖에 없다는 식으로 논지를 전개해야 한다.

그러나 비파형동검이 가장 많이 출토하는 요서지방에는 당시 동호나 산융족이 존재하고 있었음이 명백하다. 또한 하나의 유물이 분포하는 곳이 바로 한 국가의 영역이라는 선량한 착각을 고고학적 상식에서는 허용할 수 없다.

본인은 역사비평의 글을 통해 세번째 부류의 재야사학자들이 단군조선만이 위대한 국가라는 선입관속에서 문헌 및 고고학 자료를 자의적으로 해석하여 단군사상을 국가주의적 파시즘의 상징조작으로 이용하는 것을 경계한 것이다.

세계 어느 나라 역사도 초기 국가 단계는 중앙의 왕실 부족을 중심으로 연맹적 형태로 국가 체제를 유지하였다.

고조선도 예외가 될 수 없으며 단군신화로 표현된 시기에는 아주 느슨한 연맹 상태의 부족집단들이 존재했을 것이다. 최초의 국가가 하늘에서 떨어진 것이아니고 역사적 과정을 거쳐 등장한 것이라면 동아시아에서 청동기 문명이 시작하려는 시기에 광대한 영역을 가진 제국을 설정하는 것 자체가 넌센스이다.

지금 우리에게는 민족통일에 대비하고 다양한 방법론으로 한국사를 체계화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있다. 더 이상 추상적이고 소모적인 논쟁으로 국론 분열과 고대에 대한 환상을 심어주는 행위는 지양되어야 하며 오히려 한국고대사 자체에 구체적인 연구를 진전시키는데 노력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송호정 한국교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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