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개정협상이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또 다음 협상으로 미뤄졌다. 양국은 이달 중 다시 협상을 속개, 타결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전해졌지만 전망은 그렇게 밝지가 않다.내년 1월20일 임기가 만료되는 클린턴 대통령의 임기내 기필코 협정의 불평등 요소를 시정하기로 한 양국 정상의 다짐이 공염불이 될 지경이다.
언제까지 이런 불평등 조항의 시정을 놓고 줄다리기를 해야 하는지 답답하고 안타깝다.
사정이 이 지경에 이른 데 대해 우선 미국측의 무성의와 현실 인식 부재를 탓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 남은 것은 미측의 정치적 결단 뿐이다.
현재와 같은 경직된 자세로는 타협이 불가능하다. 말로만 선린 우호를 떠들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입증해야 한다.
지난 66년 차별적 상태로 협정이 체결된 후 91년 단 한 차례 부속문서만 개정했을 뿐 체결 당시의 후진성은 그대로다. 세상에 사람 값이 다르도록 규정된 협정이 한미 SOFA 말고 또 어디 있단 말인가. 문제가 생길 때마다 불평등 요소는 결국 우리사회의 반미 감정만 부추겼을 뿐이다.
인권국가를 표방해 온 미국이 34년 간이나 불평등 상태를 방치했다는 것은 또 다른 죄악이다. 미국은 지금이라도 현실에 맞도록 불평등 요소의 해소를 위해 성의를 다해야 할 줄 안다.
양측은 지난달 29~30일 실무 전문가 회담을 포함해 8일간 열정적인 협상에도 불구하고 쟁점사안에 대한 접점 모색이 협상 대표 수준에서는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이르렀다고 한다.
이제 관건은 미국측이 여하히 정치적 결단을 하느냐 이다. 양측은 우리측의 따가운 여론을 의식하면서 그 동안 형사재판 관할권을 비롯, 환경ㆍ노무ㆍ검역ㆍ시설 등 6개 분야에 걸쳐 협상을 진행해 왔다. 하지만 일부 분야에서의 현격한 입장차를 줄이는데 실패했다.
이미 매듭이 지어진 것으로 알았던 형사재판 관할권 문제만 해도 그렇다. 미측은 뜬금없이 형사권 행사 대상 범죄의 조문화와 미군 피의자의 반대심문권 보장을 요구했다.
협상을 사실상 원점으로 돌리는 처사다. 또 미국은 타국과의 형평성을 들어 환경조항 신설 문제도 협정문 보다는 선언문 형식을 주장했다. 미국측의 타결의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더 이상 불평등 시정을 미루려 해서는 안 된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최소한 일본과 독일 수준이다. 적어도 일본과의 차별만큼은 인내하지 않으려는 우리국민의 감정을 미국은 헤아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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