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학술지의 등급이 처음 매겨졌다는 보도가 5일 나왔다. 정말 기사거리가 아닐 수 없다.대학 입학이 전 국민의 최대 관심사가 되는 나라에서 그 동안 학술지의 평가 기준조차 없었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그것도 교수 연봉제와 관련해서 업적평가 기준이 모호하기 때문에 어렵게 시도한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학자사회의 비합리성이 조금씩 개선되는 모습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지금까지 대학마다 교수 초빙과 연구업적 평가에 어려움이 많았다. 논문을 평가하는 기준을 세우려고 갖가지 방법을 찾았으나 문제점만 노출됐다.
외국 학술지에 실린 논문은 국제 관례에 따라 인정했으나 국내 학술지는 전국 규모 학술지와 지방학술지 그리고 대학학술지 등으로 단순 차등했을 뿐이다.
지금 학술진흥재단에 등록된 학회 수는 1,520개이고, 발행 학술지가 2,600여개나 된다. 이처럼 학술지가 풍성하면 학문수준이 높아야 하지만 사정은 그렇지 못했다.
■이번에 제시된 국학 연구지의 등급은 흥미롭다. 국제 학술지 게재가 불가능해 하위점수만 받던 국문학과 국사학 연구논문을 평가하는 여건이 조성된 것이다.
그 중 A급 국사학 연구지로 인정받은 '동방학지'는 기여도를 제대로 인정했다는 평가다. 광복 후 처음 나온 학술지로 명망이 높았지만 대학학술지로 간주, 그 동안 불이익이 적지 않았다.
■학술지 등급 평가가 중요한 까닭은 난립한 학회의 '구조조정'이 뒤따를 전망 때문이다. 유명 학회에서도 원칙없이 학술지를 발간해 임원들의 동호회지나 제자들의 석사논문집처럼 운영해 왔다고도 한다. 또 신생학회지만 전문연구자들이 철저히 심사하는 학술지도 나온다.
전문분야마다 치열한 학술토론을 거친 우수한 학술지를 발간할 책임이 연구자들에게 있다. 그러기 위해 기여도가 낮은 학술지의 퇴장과 통폐합도 필요하다. 우리 사회가 학자들에게 미래를 맡기고 기대하는 책임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최성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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