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상증 아름다운재단 이사장◇ 박영숙 한국수양부모협회 회장
경제는 어려워지고, 취업은 힘들고 노숙자는 다시 늘고있다.
참으로 어려운 새천년 첫해의 세밑이다. 하지만 이럴때일수록 더욱 절실한데 어려운 이웃에 대한 관심이고, '나누는 삶'이 아닐까.
그것이 온 몸을 던지는 헌신적인 봉사든, 자선냄비에 던지는 동전 하나든. 자신이 가진 것 하나 내놓자는 두사람이 만났다.
- 아름다운 재단과 수양부모협회가 어떤 곳인지 소개해 주시죠.
▲ 박상증 = 우리나라 사람들 남 잘돕지않고 좋은 일에 돈 잘 안낸다고들 하지 않습니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모금활동 해보면 열기가 높은 편입니다. 하지만 대부분 돈 냈다는 데서 자기만족만 찾고 어디에, 어떻게 쓰였는지 알려하지 않습니다.
받은 쪽도 쓰임새를 공개하지 않지요. 결국 이런 자세들이 모금활동을 냉소적으로 보게 만드는 겁니다. 그래서 일회성 행사에 그칠게 아니라 꾸준히 기금을 모으고 돈을 좋은 곳에 쓰는 방법은 없으까를 여러 사람이 고민해오다 올 8월 재단을 출범시켰습니다.
사람들이 기부하는 돈을 아름답게 쓰자는 곳입니다.
▲ 박영숙 = 부모로부터 버림받은 아이들을 키우는 사람들의 모임입니다.
저는외국생활을 오래 했고 남편도 미국인이며 영국대사관에서 오래 일했습니다. 그러면서 외국 여성들을 많이 만났는데 대부분 마흔살만 되면 사회봉사에 나섰습니다.
저도 마흔이 되던 95년부터 아이들을 데려다 키우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사실이 소문이 났는지 97년말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이 시작되자 제가 근무하던 영국대사관 앞에 아이들을 갖다 버리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하루에 보통 7~8명, 많을때는 20명이나요.
처음에는 친구, 친척들에게 맡겼는데 좀 더 조직적으로 대처해야겠다 싶어 수양부모협회를 만들었습니다.
아이들이 가장 좋은 수양부모를 만날때까지 머물도록 서울 정릉 2동에 쉼터도 만들었습니다.
▲ 박상증 = 수양은 입양과는 다른 것입니까?
▲박영숙 = 입양은 자기의 아이로 호적에 올리는 것이고, 수양은 동거인으로 올려놓고 친부모가 원하면 언제든 데려갈 수 있도록 하는것이죠. 그래서 어려운 점도 많습니다.
의료보험적용이 안되고 학교 보낼 때도 절차가 복잡합니다.
소년소녀가장의 후견인들에게 정부보조금을 주는데 수양부모에게는 그것도 없습니다.
▲ 박상증 = 지금까지 몇 명이나 길렀습니까.
▲ 박영숙 = 개인적으로는 11명입니다. 지금도 한 명이 있어요.
5년전부터 살고 잇는데 저희 아들(13세)보다 한살 어려 친구처럼 지냅니다. 저희 협회 회원은 아이를 키우는 사람이 200여명, 후원회원 등을 합치면 700여명인데 이 분들이 돌본 아이가 200여명 정도 입니다.
지금은 54명만 수양가족과 함께 살고 나머지는 친부모에게 돌아갔습니다.
아이를 키우는 분들은 기독교인과 유학등 외국생활을 하신 분들, 일찍부터 '공동체 삶'에 고민해 온 운동권 출신이많습니다.
대부분 30평이 채 안되는 아파트에 사는 서민들입니다. 잘 산다고 '나누는 삶'이 가능한 것은 아니랍니다.
우리는 그래서 수양부모되기 운동을 '숟가락 하나더 놓기운동'이라고 부릅니다. (웃음)
▲ 박상증 = 맞아요. 저희 재단도꼭 돈으로만 기부를 받는 건 아닙니다. 유산 1%나누기, 수입1% 나누기 등 돈을 기부받는 프로그램도 잇지만, 시간이잇는 사람은 시간을, 몸이잇는 사람은 몸을 내놓으면 되는거죠.
예를 들어 '나눔의 가게'라는 곳이 있습니다. 동숭아트홀같은 곳이 그런 곳인데요, 극장좌석의 1%를 우리에게 기증했어요.
그래서 그 좌석을 문화생활의 기회가 적은 장애인들이 무료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국립극장도 참여하겠답니다.
박경림씨 등 동덕여대에 다는는 연예인들은 자신들의 재능을 저희 재단에 기부했어요. 자선공연에 무료로 출연하는 방법으로 봉사하겠다는 거죠.
어떤 보험회사는 보험금의 1%를 저희 재단에 기부하는 상품을 만들겠다고 하고요. 특히 소개하고 싶은것은 김군자할머니기금입니다.
일본군 위안부를 지낸 할머니께서 전재산(5,000만원)을 고아들을 위한 장학금으로 내놓았고 그 취지에 공감하는 일반인들이 소액후원을 하는 것이죠. 그래서 기금이 계속 불어나고 있습니다.
- 외국과 비교하면 우리의 기부문화나 나누는 문화는 어떻습니까.
▲ 박상증 = 얼마전 미국 워싱턴에 있는 인디펜던트섹터(Independent Sector)를 방문했습니다. 록펠러나 포드재단부터 조그만 재단까지 모든 비영리 재단이 모여 정부와 협상을 하는 단체인데요.
거기서 포드재단 사람을 만났더니 지금은 재단에 포드 주식이 한 주도 없다고 하더군요.
다 팔아서 복지사업에 쓴 겁니다. 기증을 받으면 기금 이자로만 운영하는 우리와 달리 목적을 위해 돈을 충분히 쓰고 모자라면 또추가 모금을 합니다.
이를위해 기부금 모금원(fund raiser)을 철저하게 교육시킵니다.
모금원은 모금이 직업이지요. 그들이 나서면 마음은 있으나 방법을 모르는 사람들도 동참하게 됩니다.
▲ 박영숙 = 저는 기독교문화의 십일조 정신도 나누는 삶의 생활화에 한 몫 한다고 봅니다. 제 시부모님은 70세까지 자원봉사를 했는데 이제 80이 넘어 노후연금을 받자 거기서도 10%를 떼 불우이웃을 위해 내놓고 있습니다.
어떤 통계를 보니까영국은 인구의 70%가 기부금을 낸다고 돼있었어요. 보통 7~10파운드의 소액을 기부하는데 이렇게 모인 기부금이 1년에 4조원에 이릅니다.
그런데 우리 국민 중에는 단지 1%만 기부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엄청난 차이지요. 제 시부모 얘기 더 하자면 제 남편을 포함해 아들이 둘인데 1만달러(1,200만원)씩만 유산으로 남기고 나머지는 기부하겠답니다.
▲박상증 = 우리나라 기독교인들도 헌금을 참 많이 합니다. 단지 이렇게 모인 헌금이 교회를 크게 짓는다든지 교세를확장하는 데만쓰여지는것이 문제지죠.
교회 밖에 가난한 사람들이 있는데 오직 '우리 교회' '우리교회 신자' 밖에 모르는 거죠. 또 한가지, 기부를 잘못한다는 생각이들때도 있습니다.
평생 콩나물을 팔아 모은 10억원을 대학 장학금으로 기증했다는 할머니들의 이야기가 가끔 언론에 나는데 왜 장학금으로 내놓는지 모르겠어요. 대학문턱에도 못간, 정말 어려운 사람이 한 둘이 아닌데 말이죠.
▲ 박영숙 = 우리도 나눔의 문화가 형성되려면 가정교육부터 잘 돼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부모님들에게 "아이가 어떤 사람이 됐으면 좋겠냐"고 물어보면 대부분 판사, 의사라고 말합니다.
최소한의 기대치로는 "밥 벌어 먹으면 되죠"라고 말합니다.
그러데 외국은 대부분 "사회에 보탬이 되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고 말합니다.
나누는 것은 의무라고 가르치는 것이죠. 그렇게 배우고 자라서 그런지 제 남편은 제가 아이를 데려다 키우는 여자로 알려지니까 아주 이상하게 생각합니다. 할일을 하는데 왜 사람들이 특이하게 생각하는지 모르겠다는 거예요.
아들도 다른 아이와 한집에서 사는 것을 당연히 생각합니다.
- 좋은 일들 하시는데 정부 정책이 미흡해 어려움이 많다면서요.
▲ 박상증 =기부문화를 활성화하려면 기부금에 대한 세금감면이 융통성있게 이뤄져야 합니다.
우리가 정부에 등록하면서 세금감면에 대해 문의하니까 1년동안 하는 것 봐서 결정하겠다는겁니다. 우리 재단의 설립목적을 뻔히 알면서도요. 어이가 없었습니다.
▲박영숙 = 수양부모의 어려움을 알아주고 의료보험적용등의 혜택을 좀 주었으면 좋겠어요.
사실아이들을 고아원에 수용하는 것은 일종의 학대예요. 세계 75개국에서 고아원을 없앳어요. 그들 나라라고 버려지는 아이가 없겠습니까. 다들 수양·입양가정에서 키우는 거죠. 우리나라의 고아원 수용인원이 2만명이니 수양·입양가정이 2만명만 되면 문제는 해결됩니다.
▲ 박상증 = 정부 후원이 없어 아이들 돌보느라 돈이 많이 들었겠어요?
▲ 박영숙 = 18년간 일하던 영국대사관을 얼마전 그만 두었는데 아이들 돌보느라 빚이 쌓여 퇴직금 받아 갚기 위해였습니다. 아직도 빚이 남았습니다.
▲ 박상증 = 저희 재단에서 좀 도와줘야겠는데요.
▲ 박영숙 = 그러면 고맙죠. 오늘 선생님 만나 보람이 있네요. (웃음)
● 박상증 아름다운재단 이사장
1930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났다.
서울대 사학과를졸업하고 미국 에모리대에서 철학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59년 서울신학대교수로 부임했고, 90~95년 한국기독교사회문제 연구원장을 지냈다. 97년부터 참여연대 공동대표를 맡고 있으며 16대 총선때는 총선연대대표로 활동했다.
8월 창립한 아름다운 재단 이사장으로 우리사회 기부문화의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 박영숙 한국수양부모협회 회장
1955년 경북구미에서 태어났다. 76년 경북대 불어교육과를 졸업했고 86년 미국 사우스캘리포니아대에서 교육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82년부터 주한영국대사관에서 공보관으로 일하다 올 11월퇴직했으며 8일부터 호주대사관에서 문화공보실장으로 일을 시작했다.
95년부터 버려진 아이들을 데려다 키우고 있으며 98년 4월 한국 수양부모협회를 만들어 회장을 맡고 있다.
진행=박광희기자
hpark@hk.co.kr
정리=김기철기자
kim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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