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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리는 '디지털' 처신은 '아날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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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리는 '디지털' 처신은 '아날로그'

입력
2000.12.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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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씨 사건 관련자들MCI코리아 대표 진승현씨의 금융비리 사건 관련자들이 사업면에서는 첨단 기법을 동원했지만 실제로는 리베이트를 챙기는 등 비리를 저지르고, 역술인의 점괘에 자신의 운명을 의탁하는 등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검찰은 진씨가 "돈의 흐름을 꿰뚫고 있고, 분명한 논리로 자신의 혐의를 조목조목 반박하는 등 머리가 똑똑한 친구"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일부 측근들이 진씨 몰래 돈 보따리를 챙긴 사실이 드러나 진씨는 '등잔밑이 어둡다'는 속담을 절감하고 있다고 검찰은 전했다.

진씨가 4월 경영권을 인수한 한스종금의 전모(44) 부장은 진씨에게 "로비 덕택에 1,800억원의 예금을 유치했다"며 실제 건네지도 않은 리베이트 6억원을 받아 자신의 호주머니에 넣었다.

아버지와의 친분으로 MCI코리아 회장에 영입된 김재환씨도 진씨가 구명운동에 쓰라고 준 12억5,000만원을 "변호사 선임비로 썼다"고 보고한 뒤 이중 4억8,000여만원을 은닉했다 쇠고랑을 찼다.

진씨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한스종금 부사장 김영환씨도 지난 8월 진씨 몰래 회사돈 3억원을 챙겨 해외로 도피했다. 검찰관계자는 "진씨가 검찰출두를 전후해 부하직원들의 착복사실을 전해듣고는 어이없어 했다"고 전했다.

진씨의 금융비리에 연루된 인사들 중 일부는 지난 8월 금감원과 검찰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점술가의 도움을 받기까지 했다. 한스종금 부사장 김씨와 MCI코리아 자금담당 전무 유모씨는 모두 386세대로 진씨가 주도한 선진 금융기법의 전도사 역할을 담당했던 인물들.

그러나 이들은 한스종금 외자유치가 무산되자 각자 부라부랴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찾던 역술관으로 달려갔다.

공고롭게도 김씨와 유씨에게 '꼭꼭 숨어라' '즉시 몸을 피하라'는 동일한 내용의 점괘가 나왔고 두 사람은 점괘에 따라 해외와 지방으로 도피생활에 나섰다. 이들을 각각 접했던 사람들은 "평소 수첩에다 점 본 얘기를 적어두는 등 점괘에 예민한 반응을 보였었다"고 전했다.

손석민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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