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이 8일 출국 인사에서 "귀국 후 국민이 바라는 국정의 개혁을 단행하겠다"고 강조한 것은 여러 가지 점에서 예사롭지가 않다. 무엇보다 김 대통령이 직접 국민을 향해 국정개혁을 약속한 것은 민주당 내에서 거센 흐름을 타고 있는 당정 쇄신론에 국민이 공감하고 있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단순한 '당정 개편'이나 '당정 쇄신'이라는 용어를 쓰지 않고 가장 포괄적인 의미인 국정개혁이라는 표현을 쓴 데서도 김 대통령 구상의 일단을 읽을 수 있다. 연말 국정 개혁이 전면적이고 대규모적으로 단행될 것이라는 예고다.
김 대통령의 전면적 국정개혁의 중심에는 여권내 인사쇄신이 자리잡을 것으로 보인다.
인사쇄신은 당정은 물론 청와대 비서진을 포함한 여권 진용의 대대적인 물갈이를 의미한다. 한때 유임 쪽으로 가닥이 잡히는 것 같았던 민주당 서영훈 대표의 교체설이 다시 제기되는 것도 연말 개편의 폭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민주당 김옥두 총장을 비롯한 당 3역은 물론이고 청와대 한광옥 비서실장, 남궁진 정무수석 등을 포함한 대부분 실세 인사들의 교체 여부도 거론되기 시작했다. 개각은 정부조직법의 국회 통과를 기다려야 한다는 점에서 다소 늦춰질 것으로 예상되나 임동원 국정원장의 경우는 일찌감치 교체설의 대상에 올랐다.
여권 인사쇄신의 태풍의 눈은 동교동계의 처리방향이다. 김 대통령은 '권노갑 최고위원 퇴진론'이 민주당 내분양상으로 발전하고 있는 데 대해 상당히 불편한 심기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양쪽 모두 반발하고 있지만 권 최고위원과 한화갑 최고위원의 동반 퇴진론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특정인의 교체 여부와는 관계 없이 전반적으로 동교동계의 2선 후퇴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기류도 감지된다.
김 대통령의 구상 속에는 또 자민련과의 공조복원 문제도 중요하게 자리잡고 있다. 김 대통령이 출국 전날인 7일 자민련 김종필 명예총재에게 전화를 걸어 만남을 요청한 것은 이제 자민련과의 관계에서도 직접 팔을 겉어 붙이겠다는 뜻이다.
그만큼 국정상황이 녹록하지 않다는 것이고 김 대통령이 정국구도에 대한 결단을 내려야 하는 시기가 왔다는 것이다. 여권진용의 새판짜기에 대해서는 이미 김 대통령의 구상이 마무리 단계에 있을 수도 있으나 정작 김 대통령을 고민스럽게 하는 것은 대야(對野) 관계일 것이다.
자민련과의 완전한 공조복원을 목표로 하면서도 한나라당과의 관계를 재정립하는 문제는 매우 어려운 부분이다.
김 대통령은 이에 대한 구상을 정리하기 위해 귀국 후 전직 대통령을 비롯한 각계의 원로 및 조언가 그룹을 두루 만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김 대통령이 대야관계에서 특단의 조치를 취할 수 있을 지는 현재로서는 예단키 어렵다.
고태성기자
tsg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