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리다대법 수검표 재심리한 달째를 맞은 미국 대선 공방은 7일 오전 10시부터 플로리다주 대법원이 수작업 재검표에 관한 재심리를 열면서 결정적 국면에 접어들었다.
이번 심리는 개표결과 보고 마감시한을 연장, 일부 카운티들의 수작업 재검표 결과를 최종집계에 포함시킬 수 있도록 한 지난 달 21일의 플로리다주 대법원 판결에 대해 4일 연방 대법원이 '법적 근거가 불분명하다'며 파기 환송한데 따라 열리는 것이다.
또 리언 카운티 순회법원의 샌더스 솔즈 판사가 팜 비치와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의 1만4,000여 논란표에 대한 수작업 재검표 요청을 기각한데 대한 항소심도 겸하게 된다.
플로리다주 대법원은 전날 민주당의 앨 고어 후보와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후보측으로부터 서면으로 변론 요지를 제출받고, 이날 각각 30분식 구두 변론을 들었다.
고어 후보측은 변론서에서 부시 후보를 승자로 선언한 플로리다주의 선거 결과 인증 조치를 취소해 달라면서 "어느 후보가 더 많이 득표했느냐는 '근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이애미-데이드와 팜 비치 카운티의 논란표를 즉각 재검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솔즈 판사의 재검표 기각 판결에 대해 "이 사건은 시간이 핵심"이라면서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부시측은 주 대법원이 솔즈 판사의 판결을 지지할 것을 촉구하고 "소송이 장기화하면 공익을 해칠 것"이라는 논리로 맞섰다. 또 주 대법원이 고어 후보의 상고를 받아들이기에 앞서 지난 4일 연방 대법원이 파기 환송한 마감시한 연장에 대한 재심리부터 착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 대법원이 어느 쪽의 손을 들어줄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주 대법원은 우선 솔즈 판사의 판결이 과연 플로리다주 선거법에 부합되는 지 여부 등 첨예한 법률적 쟁점에 대해 판단을 내려야 한다.
또 마감시한 연장이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결정한 연방대법원의 판결이나, 판사 재임용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플로리다주 의회와의 관계 등 정치적 측면도 고려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번 사안은 절충의 여지가 별로 없고 어느 한쪽의 주장을 들어줄 수 밖에 없는 것이어서 이번 판결은 지난달 21일의 판결처럼 만장일치가 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판결이 어떻게 나더라도 대선 공방은 얼마동안 더 계속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고어측이 승리, 논란표에 대한 수작업 재검표를 할 수 있게 되면 최소한 선거인단 선출 마감시한인 12일까지는 상황이 계속 진행될 수 있다.
고어측에 불리한 판결이 날 경우 패배를 인정하라는 압력이 높아지겠지만 세미놀 카운티와 마틴 카운티의 부재자투표 무효소송 진행상황에 따라 얼마간의 연장전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고어측에 유리한 판결이 날 경우 부시측이 연방대법원에 상고를 할 것은 분명하다.
남경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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