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오페라 본 고장 이탈리아서 첫 공연한국 오페라가 오페라 본고장 이탈리아에 처음 상륙했다. 성곡오페라단(단장 백기현)이 제작한 '이순신'이 5일 로마오페라극장에 올라간 것이다.
최고가 아니면 넘볼 수 없는, 벽이 높기로 유명한 이 극장이 '이순신'을 받아들인 것은 3월 김대중 대통령의 이탈리아 방문 이후 양국 문화교류가 활발해지는 하나의 신호이기도 하다. '메이드 인 코리아'의 이 낯선 오페라에 대한 이탈리아인들의 호기심은 이탈리아 양대 일간지인 '레푸블리카'와 '메사제로'가 공연안내 기사를 내보낸 데서도 알 수 있다.
이 작품은 98년 충무공 순국 400돌에 맞춰 충남 아산에서 초연된 이래 99년까지 전국 5개 도시에서 총 15회의 국내공연을 마친 작품이다. 당시 작곡가는 이우콜라노였으나 그의 음악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많아 이번에는 주세페 마주카(60)와 니콜라 사말레(58) 공동작곡의 완전히 새로운 음악으로 올라갔다. 공연횟수는 7일까지 총 3회다.
그러나 기대에 비해 변화가 큰 편은 아니었다. 마주카, 사말레의 음악은 베르디, 푸치니식 이탈리아 오페라의 어법을 많이 답습함으로써 특별한 독창적 경지를 개척했다고 말하기는 어려웠다.
초연 이후 작년까지 줄곧 지적됐던 대본의 결함도 극복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대본을 많이 수정했다고 하지만 여전히 이순신이라는 영웅의 면모를 평면적으로 전달하는 데 그쳐 극적인 설득력이 모자랐다.
이번 공연은 작곡가가 이탈리아인이라는 것 외에도 양국 공동연출에 주역가수도 이순신에 테너 박치원ㆍ클라우디오세니, 방씨 부인 역에 소프라노 김인혜ㆍ토티 클라우디아 등 양국 성악가가 번갈아 출연, 양국합작 무대가 됐다.
첫날 등장한 세니와 클라우디아의 노래와 연기는 매우 평범해서 뚜렷한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결국 전체적으로 생동감이 없는 무대가 되고 말았다. 다만 화관무, 승전무 등 화려한 한국 전통 춤이 이탈리아인들의 눈에 띄었을 수는 있다. 우리 작품이 로마에 진출했다는 사실만으로 위안을 삼기에 여러모로 아쉬움이 큰 공연이었다. / 로마=오미환기자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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