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은 골퍼를 혼란에 빠뜨리고 망설이게 한다. 정상적인 플레이가 불가능한 탓에 참담한 스코어가 비일비재하고 라운드를 끝낸 뒤에도 뒷맛이 개운치 않아 겨울라운딩을 포기하고픈 충동이 일어난다.그러나 주말이 다가오면 골프약속을 챙기고 혹 필드에 못나가게 되면 좀이 쑤셔 못 견디는 게 보통 골퍼의 모습이다.
그러나 겨울골프가 그렇게 가혹한 것만은 아니다. 생각을 바꾸고 전략을 바꾸면 얼마든지 겨울골프를 즐길 수 있다. 우선 겨울이라는 점을 인정하는 것부터 중요하다. 몸이 움츠러들고 페어웨이와 그린이 얼어붙은 상태에서 정상적인 플레이를 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이 당연한 사실을 일단 받아들이고 나면 나름대로 겨울골프의 묘미를 맛볼 수 있다.
불규칙 바운스가 많이 생기고 파온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평소 스코어보다 10타 정도는 더 친다고 각오하면 나쁜 스코어 때문에 불쾌해지는 것은 피할 수 있다. 싱글 플레이어라면 보기 플레이에 만족하고 보기 플레이어라면 더블보기 플레이에 만족하면 된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겨울이라는 특성에 맞는 전략이다. 직접 온그린을 노릴 수 없기 때문에 그린 부근에 볼을 떨어뜨려 굴러서 올라가게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평소 사용하던 클럽보다 로프트각이 낮은 클럽을 선택해 볼을 높이 띄우지 않고 많이 굴러가게 하는 타법이 필요하다. 가령 피칭웨지나 샌드웨지를 사용하던 거리라면 7~8번 아이언으로 하프스윙을 하는 식이다. 아이스하키 선수들이 스틱을 높이 치켜들지 않고 퍽을 가격하는 것과 비슷한 타법이다.
볼을 굴려 온그린을 노리기 때문에 중간에 벙커 같은 장애물이 있으면 곤란하다. 따라서 드라이버샷도 거리에 신경 쓸 것이 아니라 안전하게 세컨드샷을 할 수 있는 위치로 적당히 보내는 게 효과적이다.
이런 전략과 타법을 터득하고 나면 겨울에도 평소 스코어와 비슷한 점수를 내는 것도 가능하다.
체질적으로 추위에 약하고 변칙적인 플레이도 맘에 안 든다고 필드행을 포기하겠다면 할 수 없다. 그러나 필드행은 포기하더라도 골프채만은 놓지 말아야 한다. 골프채를 놓아버리면 이듬해 봄에 엄청 고생하게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골프의 토대가 허술한 사람에게는 오히려 겨울이 자세를 교정하고 나쁜 버릇을 없애는 절호의 기회다.
주말마다 필드에 나가면서 자세를 교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스코어에 집착하기 때문에 교과서적인 스윙을 하기보다는 요령을 피우는 골프를 하기 때문이다. 올 겨울을 어떻게 지내느냐에 따라 당신의 골프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느냐, 지금보다 못한 상태로 추락하느냐 결정된다.
/편집국 부국장=방민준 mjb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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