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금리 경제둔화 기여" 금리인하 가능성 시사 나스닥 10% 최대폭등미국의 '경제 대통령'으로 불리는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한 마디가 5일 미국 금융시장을 뒤흔들어 놓았다. 첨단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가 10%이상 폭등하는 등 뉴욕증시가 요동쳤으며, 인플레이션에 민감한 채권 수익률도 크게 올랐다.
그린스펀 의장은 이날 뉴욕에서 열린 미국 지방은행가회의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고금리 정책이 금리에 민감한 경제 분야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경제의 확장세가 현저하게 둔화되는데 부분적으로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금융시장에서 커지는 불안감과 자산가치의 하락이 가계와 기업 지출을 과도하게 위축시킬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월가는 그린스펀 의장의 발언을 금리 인하를 시사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분석가들은 다른 FRB 관계자들의 최근 발언을 종합, FRB가 19일 개최되는 공개시장위원회 회의에서 금리를 인하하지 않더라도 통화정책기조를 인플레이션의 위기가 경제침체의 위기보다 크지 않다는 '중립위치'로 전환할 것으로 내다봤다.
FRB는 지난해 6월 이후 미국의 과도한 경제성장을 억제하고 경제의 연착륙을 유도하기 위해 6차례나 연방기준 금리를 인상하는 등 고금리 정책을 지속해왔었다.
밀러 타박 앤드코의 수석 분석가인 토니 크레슨지는 "FRB가 늦어도 내년 1월 30~31일 회의에선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크레디 스위스 퍼스트 보스톤(CSFB) 증권은 내년에 금리가 0.75% 인하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린스펀의 이 같은 발언은 전날 미국 연방대법원과 플로리다주 순회법원의 판결로 대선 논쟁이 곧 끝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던 투자자들의 마음에 불을 질렀다.
나스닥은 개장하자 마자 최근 낙폭이 큰 기술주에 대한 매수가 폭주하면서 3%이상 급등한 채 출발, 장중 내내 상승세를 이어가며 무려 274.05포인트(10.48%) 오른 2,889.76포인트로 장을 마감했다. 이날 나스닥의 10.48% 상승은 하루 상승률로는 나스닥이 개설된 1971년 이후 사상 최고의 기록이다.
다우존스 공업평균지수도 이날 포인트 기준으로 사상 세 번째 큰 폭인 338.62포인트(3.21%)가 오른 10,898.72포인트를,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지수도 51.57포인트(3.89%)가 상승한 1,376.54를 기록했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이 같은 상승세를 기점으로 증시의 발목을 잡았던 대선 등 불확실성이 제거되고, 고금리 정책이 완화될 경우 과대낙폭에 따른 매수세가 살아나면서 연말 랠리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컴퓨터와 반도체 등 첨단기술업종의 실적악화 등을 들어 이 같은 예상이 성급한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권혁범기자
hbkwo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