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과 6일 잇달아 단행된 경찰 인사를 두고 말이 많다. 가뜩이나 지역주의에 치우친다고 걱정 듣는 정부가 교체 논란이 있던 호남 출신 경찰청장을 유임시키면서, 서열 2위라는 서울 경찰청장까지 같은 지역 출신을 발탁하는 수뇌부 인사를 감행한 때문이다.이런 경우는 경찰 사상 처음이라니, 국정위기 속에 정파와 지역을 초월한 '거국 내각'체제까지 거론하는 정부가 마치 일부러 엇나가는 듯한 인사를 단행한 뜻을 이해하기 어렵다. 이게 이른바 '정면 돌파'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경찰청장 자리를 다퉜다는 치안정감 4명을 한꺼번에 옷 벗긴 정부는 "신진대사와 능력위주 발탁인사를 위해서"라고 말한다. 또 신임 치안정감 4명 가운데 영남 2명, 전남과 충청이 1명 씩 으로 지역안배를 이뤘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그러나 대통령이 10월 '경찰의 날' 치사에서 공정한 인사를 거듭 강조한 데 비해 뜻밖이라는 반응이 많다는 얘기는 '능력위주 인사'를 의심하게 한다. 바로 이게 문제의 핵심이다.
경찰 지휘부를 특정지역 출신에게 맡기는 것을 마냥 시비할 일만은 아니다.국정 운용을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본다. 그러나 그렇게 기용된 이들이 민주적 개혁과 본연의 임무에 전념하지 않고, 그릇된 충성심과 자리욕심으로 조직 안팎에 분란을 일으키는 병폐 또한 큰 사실을 외면할 수 없다.
현 경찰청장에 대해서도 그런 비판이 적지 않았다. 여러 개혁 실적에도 불구하고, 롯데호텔 노조파업과 전교조 시위 등에 과잉대응해 사회적 물의를 불렀고, 최근에도 조리를 벗어난 유언비어 단속으로 비난 받았다.
이런 사회적 논란과 조직 내 갈등을 모두 무시한 채, 다음 경찰청장으로 유력시되는 서울 청장까지 호남 출신을 불과 2년 반 사이 3계급이나 초고속 승진시켜 발탁했으니 '해도 너무 한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수뇌부에 이은 치안감 승진인사 역시 발상부터 엇나갔다. 인사 발표문에 기본방향을 '지역간 격차의 완화'라고 전제, '영남 2명, 호남 3명, 충청 1명, 기타(경기ㆍ강원) 2명'으로 밝힌 것이 가관이다.
정권 실세가 경찰인사를 좌우해 지역편중이 심하다는 논란이 많은 판국에, 아직도 '호남차별'시정에 매달린 듯한 모습은 국정위기 타개를 위한 화합노력과는 거리가 멀다. "영ㆍ호남ㆍ충청외에 다른 지역은 곁다리냐"는 냉소를 흘려 들어선 안된다. 폭 넓은 국민의 신뢰를 되찾으려면, 매사에 진실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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