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고어 후보)측은 수작업 재검표의 필요성을 입증하는데 실패했습니다."미국 플로리다주 리언 카운티 순회법원의 샌더스 솔즈 판사가 4일 오후 4시45분 이같이 판결하는 순간 공화당 지지자들은 서로 끌어안고 환호를 지른 반면, 민주당 변호사들은 말없이 서류를 챙긴 뒤 근처의 주 대법원으로 옮겨갔다.
솔즈 판사의 이날 판결은 민주당의 앨 고어 후보측에 결정타를 날린 셈이 됐다. 그는 TV로 생중계되는 가운데 낭독한 판결문을 통해 고어 후보측이 청원한 일부 카운티 수작업 재검표 요구를 모두 기각했다.
지난 이틀 동안 양측 변호인 및 증인 10여명이 20여 시간이나 증언하고 팜 비치 등 2개 카운티에서 투표용지 116만표를 탤러해시 법정으로 옮기는 대소동을 벌였던 이 재판은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후보의 완벽한 승리였다.
솔즈 판사는 ▦팜비치와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가 주대법원이 결정한 마감시한에 대지 못해 1만4,000여 논란표에 대한 재검표를 포기한 것 ▦나소 카운티가 기존의 수작업 결과를 포기하고 부시에게 51표를 더 준 것 ▦캐서린 해리스 주국무장관이 마감시간을 넘긴 뒤 접수된 개표결과를 거부한 것 등이 모두 합당한 결정이라고 판시했다.
그는 판결 이유로 "수작업과 기계식 검표는 통계적으로 당락을 결정할 만한 차이가 없다"고 적시한 뒤 "플로리다주 개표 방식이 고어 후보의 승패에 영향을 준다는 원고측 변론은 근거가 희박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가 강조한 '통계'가 과연 박빙의 승부인 이번 선거에 적용될 수 있는지는 여전히 논란 거리이다.
솔즈 판사는 당초 이날 오전 중에 판결할 예정이었으나 앞서 열린 연방대법원의 결정을 검토하기 위해 오후로 미뤘다. 이 때문에 공화당 성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솔즈 판사가 연방 대법원의 결정에 힘을 얻어 더욱 확고하게 부시의 손을 들어줬다는 지적도 있다.
고어 후보측은 "솔즈 판사는 이번 사건의 유력한 증거인 투표용지를 한번도 조사하지 않은 채 판결을 내리는 실수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이동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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