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 요시로(森喜朗) 총리가 5일 내년 1월6일의 중앙부처 개편을 앞두고 단행한 개각은 애초에 다짐했던 '21세기형'과는 거리가 먼 구태의연한 파벌간 안배로 끝났다.고노 요헤이(河野洋平)외무장관을 비롯한 주요 각료가 그대로 유임돼 변화를 요구하는 국민 정서와 자민당내 파벌 정치 현실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했다. 또 중앙부처 개편으로 각료수가 줄어드는 대신 자리의 중요성이 커짐에 따라 파벌간의 이해 갈등이 표면화, 오히려 정권 기반의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다.
이날 개각에 앞서 최대 쟁점이 됐던 것은 통산성이 이름만 바뀌는 경제산업성 장관과 건설성과 운수성ㆍ국토청ㆍ홋카이도(北海道)개발청 등이 합쳐져 공룡 부처로 커지는 국토교통성 장관 자리. 국토교통성 장관은 보수당 당수인 오기 치카게(扇千景) 건설성 장관의 고집을 그대로 받아 들일 수 밖에 없었으나 통산성 장관은 히라누마 다케오(平沼赳夫) 통산성장관을 미는 에토ㆍ가메이(江藤ㆍ龜井)파와 누카가 후쿠시로(額賀福志郞) 전 방위청 장관을 미는 하시모토(橋本)파의 대립이 막판까지 이어졌다.
파벌간의 안배는 자민당이 주도하는 개각의 특색으로 굳어진 지 오래지만 이번처럼 파벌간의 갈등이 컸던 경우는 드물다. 가토 고이치(加藤宏一) 전 간사장의 '반란'당시 만 해도 강력한 단결력을 보였던 주류파 내부에서 서서히 균열이 드러나고 있는 것으로서 주목된다.
노나카 히로무(野中廣務) 전 간사장이 모리 총리와 일정한 거리를 두기 위해 전격 사임한 직후의 일이어서 모리 총리의 불안이 더해졌다고 볼 수 있다.
모리 총리는 이런 불안을 덜기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최대 파벌의 회장인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郞) 전 총리를 행정개혁 담당 특명장관으로 끌어 들였다. 미야자와 기이치 (宮澤喜一) 대장성 장관에 이은 총리 출신 각료로 모리 내각의 외형상 무게는 커졌다.
그러나 내각에 총리 이상의 무게를 가진 정치 거물이 잇달아 자리를 잡는 것은 임시 방편일 수는 있으나 총리 권한을 강화하려는 중앙부처 개편의 기본 취지와는 정반대의 방향이다.
따라서 이번 개각은 민심을 일신, 내각 지지율을 회복한 후에 내년 여름의 참의원 선거를 맞겠다는 자민당의 밑그림과는 상당히 동떨어진 결과가 되고 말았다.
도쿄=황영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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