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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열 칼럼] 새천년 再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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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열 칼럼] 새천년 再修

입력
2000.12.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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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2000년 한 해가 저문다. 작년 이맘 때 들뜬 듯 했던 새 천년 담론들을 되씹는다. 10만 인파로 세종로를 메웠던 '즈믄 해 잔치'를 떠 올린다.그 때 울려 퍼지던 새 천년 대합창은 지금 어디로 잦아 들었을까. 그렇게 맞아 들인 2000년 새 해의 오늘은 왜 이 꼴일까.

답답해서, 새 해 첫 달의 신문철을 편다. 지금은, '그러나'의 토를 달 수 밖에 없는 기사들이 줄을 잇는다.

_ 1월4일, 2000년 첫 증시 개장. 종합주가지수 1059.04, 코스닥지수 266.00을 기록한다.

그러나 연말 장세는 종합주가지수 510대, 코스닥지수 60대를 맴돈다. '준비된 대통령'이 몸소 챙기는 나라경제가 이 지경이라니.

_ 1월 13일, 박태준 내각 출범. 개혁성, 도덕성, 전문성등의 낱말이 줄을 선다. 그러나 8월 들어 박 총리는 땅 문제로 낙마(落馬), 그 뒤를 이은 이한동 내각은 발족 4개월만인 지금 당ㆍ정 개편의 한 초점이 되고 있다.

자칫 국민의 정부는 2000년 한 해 내각을 3교대하는 기록을 세울지도 모른다. 자민련 총리가 몇 대나 이어질지도 관심거리다.

-1월 14일, 야당 의원들이 국회의장 공관점거. 15대 국회말 개정선거법 표결을 봉쇄하기 위한 것이다. 선거법 자체는 이럭저럭 타결이 됐으나, 16대 첫 정기국회에서는, 여당의원들이 국회의장실을 점거, 검찰총장 탄핵안 표결을 무산시켰다. 그처럼, 2000년 한 해 내내 국회파행은 대를 잇고 있다.

_ 1월 20일, 새 천년 민주당 발족. 김대중 총재는 "여당이 안정되어야 정치가 안정된다.

이번 총선에서 정치안정을 실현하자"고 선언한다. 그러나 4.13 총선 결과는 다 아는 대로다. 그리고 최고위원 선출 등으로 겨우 뼈대를 갖춘 새 여당은, 한 해도 넘기지 못하고 전면개편론에 휘말려 있다. 재(再)천년 민주당이 탄생할 판이다.

어느 기사를 읽어 봐도 탐탁한 구석이 없다. 2000년 새 해는 첫 단추부터 잘못된 것 같다.

지나고 나서 생각하면, 작년 이맘 때의 '새 천년 대합창'은 몇 달 뒤 총선을 향한 상징조작이나 다름없었다. 대통령의 신년담화가 여당의 선거공약 모음 같았던 사실이 새삼 떠오른다.

그 같은 국회안 다수(多數)집착의 꼬리는 지금 권력주변에서 거론되는 '다수세력확보론'으로 이어지고 있다. 총선 결과를 뛰어 넘자는 논의나 다름 없어 보인다.

노태우ㆍ김영삼 정권이 다수확보를 위해 저질렀던 변칙과 무리수를 연상하게 한다. 왜 정치판 다수만 생각하고 민심의 다수는 도외시할까. 그래서 세밑 정국을 보는 국민의 눈은 불안하다.

기대보다는 파동과 피행의 예감이 앞선다. 체제불안, 안보불안, 생계불안에, 또 다른 불안의 소재가 겹친다.

어쩌다 새 천년 첫 해라는 해가 이럴까. 그게 아닌데 _ 하는 것이 솔직한 심경이다.

다만 한 가지 위안은 2000년이 새 천년, 새 세기의 첫 해가 아니요, 묵은 천년, 묵은 세기의 마지막 해라는 사실이다.

엄연히, 역학(曆學)에 비추어 보나, 역사적 경위에 비추어 보나, 새 천년은 2001년에 시작된다. 그러니까 2000년 한해의 궂은 일들일랑 송구(送舊)해 버리고, 진짜 새 천년 첫 해를 영신(迎新)하면 된다.

그처럼 우리는 새 천년을 재수(再修) 할 수가 있다. 지난 해마냥 호들감을 떨지 않아도 새 천년, 새 세기는 밝는다. 어디에 쓰일지도 모를 '열두 대문'을 백년 걸려 짓지 않더라도, 새 세기를 새 세기답게 맞을 수가 있다.

이번에는 허식과 조작 없이, 새 천년, 새 세기를 받아들일 차비를 해야한다. 바라건대, 연말 일정으로 접혀 있는 김 대통령의 노벨상 수상과, 여ㆍ야 영수회담이 올바른 '새 천년 재수'의 큰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지금 요 모양, 요 꼴로는 진짜 새 천년, 새 세기를 마중하기가 달력보기조차 부끄럽기 때문이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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