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교체 표지판 기존지명과 달라 시민 혼선서울 강남구 학동 지역에서의 식사 약속을 위해 시내에서 택시를 합승한 이모(35·회사원·종로구 혜화동)씨는 약속시간에 20분이나 넘어서야 도착할 수 있었다.
'학동사거리'를 가자며 합승했지만 택시기사가 이씨를 내려놓은 곳은 옛부터 논현사거리로 불리우던 '학동역 사거리'. 그러나 새로 설치된 도로표지판에 엄연히 학동역 사거리로 표기돼 있어 이씨는 택시기사에게 항의도 못한 채 두 구역이나 걸어 가야했다.
서울시는 최근 기존의 파란색 바탕의 도로표지판을 녹색바탕으로 교체하면서 사거리 이름을 새로 표기하고 있다.
그러나 표지판에 기재된 새 이름이 구전(口傳)돼 온 지명과 다른 곳이 많아 큰 혼선을 빚고 있다. 새로운 표지판과 옛 거리이름이 혼재돼 있는 거리는 수십개에 이르고 있으며, 표지판 교체작업이 확대됨에 따라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 구청 측 의견 따라 사거리이름 부여
시는 전국적으로 추진되는 도로표지 일체정비사업에 따라 370억여원의 예산을 들여 올해 초부터 표지판 교체작업을 시작, 2002 월드컵 전까지 완료할 계획이다.
새 표지판은 바탕색이 녹색이며 예전보다 전체 크기가 약간 커졌고 우측 상단에 사거리 지명이 적힌 표지판이 별도로 부착된 것이 특징이다.
사거리 지명은 시가 각 구별로 의견을 받아 전문위원회 심사를 거쳐 확정하고 있으며 올해 안에 강남지역과 공항로 주변, 지하철 6~7호선 구간부터 교체작업을 끝낼 방침이다.
▲ 기존에 구전되던 이름과 새 지명 달라 혼선
표지판 교체작업이 거의 끝나가는 강남지역부터 곳곳에서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다. 먼저 학동사거리로 불리우던 곳은 '도산공원 앞'으로 바뀌었고 논현동사거리가 '학동역사거리'가 됐다.
또 신사동과 서초동 중간 지점인 영동사거리는 '논현역사거리'란 표지판이 들어섰다.
갑작스레 많은 곳의 지명이 한번에 바뀌다 보니 택시와 지하철을 이용하는 승객들이 엉뚱한 곳에서 하차하는 등 곤욕을 치르고 있다.
또 사거리에 '덩치 큰' 건물이 밀집한 지역은 서로 제 이름을 사거리 지명으로 올리기 위해 구측에 보이지않은 압력을 가하기도 한다.
▲ 한 사거리에 각기 이름이 다른 표지판 2개
문제는 또 있다. 기존에 신호등 밑에 부착돼 있던 사거리 지명 표지판은 경찰청이 관할하고 있고 이번에 교체되는 도로표지판은 시청 관할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강남구 논현동 차병원 앞 사거리의 경우 신호등 밑 표지판은 '삼정호텔 앞'으로 붙어있고 시가 부착한 표지판에는 '차병원 앞'으로 돼 있다.
시 관계자는 "지명 변화에 따른 약간의 혼선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며 "사거리의 새 지명은 지하철 노선 및 신규 시설물 위주로 부여해 기존 지명과 다소 차이가 날 수 있지만 제3한강교를 한남대교로 바꾸었을 때 처럼 곧 새 이름이 옛이름을 밀어내고 자리를 잡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조재우기자
josus6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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