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 노조의 파업이 극적으로 타결된 것은 가뜩이나 국내외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모처럼 반가운 소식이다.한전 노사는 긴 협상 끝에 노조가 정부의 구조조정안을 받아들이는 대신 사측은 직원들의 고용승계 및 근로조건개선 등을 보장했다. 양측 모두 실리와 명분을 챙긴 것이다.
이번 양측간 합의는 사상 초유의 전력대란을 피하게 됐다는 차원을 넘어 좀처럼 해소될 것 같지 않던 노ㆍ사ㆍ정 사이의 갈등을 결국 대화로 풀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집단 이기주의 보다는 국가경제를 먼저 생각한 것으로, 노조 관계자의 "공기업 개혁이 국민적 개혁이 되도록 파업방침을 전면 철회하고 여야 합의 내용을 수용키로 했다"는 언급은 이런 맥락에서 한층 성숙한 자세를 보인 것으로 평가된다.
한전 구조조정 문제는 공기업 개혁의 시금석이다. 한국통신 국철 담배인삼공사 가스공사 등 다른 공기업 구조조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또 공기업 민영화 방침 철회를 내걸었던 노동계의 동투(冬鬪)도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하게 됐다.
IMF체제 이후 4대 개혁 중 가장 미진했던 것이 공공 부문이라는 점에 이의를 제기하는 국민들은 아마 없을 것이다. 공기업들은 겉으로는 구조조정을 한다고 했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민간기업에 비해 훨씬 강한 노조의 반발과 도덕적 해이 등으로 '눈 가리고 아옹'식인 경우가 적지 않았다.
개혁에 앞장서야 할 부문이 이런 저런 이유를 대면서 뒤로 처진 것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스스로가 책임지고 있는 공기업도 개혁하지 못하면서 민간기업에 대해 구조조정을 강요한다는 일부의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향후 공기업을 비롯한 공공ㆍ노동 부문 구조조정에 기대를 거는 것은 이런 연유에서다.
그렇다고 한전 노사의 극적 타협이 공공ㆍ노동 개혁의 본궤도 진입을 보장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이제 겨우 틀을 잡았을 뿐이다.
당장 한전 일부 노조원 등 노동계 내부의 반발을 얼마나 슬기롭게 수습하느냐가 관건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번에 강조된 합법적인 투쟁은 허용하되 불법 파업은 엄단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을 앞으로도 계속 유지해 새로운 노사문화로 정착시켜야 한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우선 노ㆍ사ㆍ정위원회의 정상화가 시급하다고 본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