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내에서 제기되는 '다수세력 구축론'은 국회 및 여야 관계를 이대로 방치했다가는 집권 후반기에 개혁의 본줄기 마저 실종될 우려가 있다는 위기 의식에서 비롯된다.과반수 의석이 넘는 안정적 다수를 확보해야 한다는 총론적 필요성은 여권 인사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문제지만 각론은 분분하다.
'야당 의원 빼내오기' '야당 이탈세력 규합' 등 고전적 형태의 정계개편론은 실현 가능성이 가장 낮은 편에 속한다. 여권의 한 핵심 인사는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가 거의 대권에 접근했다고 생각하고 있는 상황에서 야당 내의 극단적인 분파 작용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한다.
이 같은 공감대 위에서 여권 내 다수세력 구축론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그 하나는 여전히 비 한나라 연대에 기대를 거는 쪽이다.
이는 자민련과의 철저한 공조복원을 이루고 무소속 및 소수 정당과의 제휴를 통해 어렵게나마 과반수 의석을 유지해 나간다는 복안이다.
그러나 비 한나라 연대로는 과반수 확보가 항상 불안하고 '탄핵소추안 처리 무산'과정에서 보았듯이 김종필 명예총재가 자민련을 일사불란하게 장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그래서 최근의 위기 정국에서 부쩍 힘을 얻고 있는 것이 원내 1당인 한나라당과의 관계를 재 정립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야당에 국정 참여의 명분을 주고 대선전 적절한 시점까지는 대화를 통한 '상생의 정치'를 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 이 주장의 핵심이다.
한화갑 최고위원이 거론하는 '총선 후 발상의 전환'도 같은 맥락이다.
한나라당의 협력을 얻는 방식으로는 '정책 연합'에서부터 '정당 연합'에 이르기까지 스펙트럼이 다양하다. 한나라당을 비롯한 범 야권 인사들을 참여 시켜 거국내각을 구성해야 한다는 주장은 '정당 연합' 수준의 발상에 포함된다.
김근태 최고위원 등이 이러한 논의에 가담하고 있으나 주장하는 인사들 조차도 실현 가능성에 대해선 자신이 없어 하는 눈치다. 야당이 명시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김대중 대통령의 총재직 포기 및 당적 이탈이 현실화해야 하는 데 이를 실행에 옮기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김 대통령이 용단을 내리면 한나라당 내 독자노선파인 김덕룡ㆍ박근혜 부총재 등에게 한나라당 이탈 명분을 줄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편에서는 현 정부 초기에 가능성을 닫아 뒀던 김영삼 전 대통령과의 '민주 대연합'론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고태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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