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현준 사건 등으로 공직자의 부패문제가 이목을 끌고 있다.정부가 공직자사정에 나설 것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일각에서는 우리나라의 부패가 심각한 수준이 아니며 권위주의 시대라면 덮여졌을 일들이 민주화로 인해 불거지는 것뿐이라고 한다. 과연 그럴까.
올해 국제 투명성 기구(Transparency International, TI)가 발표한 부패지수(Corruption Perception Index)를 보면 우리나라가 90개국 중 48위를 기록했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나라를 대상으로 조사한 뇌물지수(Bribery Perception Index)의 지난해 조사결과는 19개국 중 18위였다. 세계가 인식하는 한국의 부패정도는 그야말로 후진국 수준이다.
개방화가 덜 이루어졌을 때는 부정부패가 경쟁력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99년 교역규모 2,634억 달러로 세계 13위이며 외국인 직접투자는 9월 현재 595억 달러(누계)에 달한다.
공정한 게임의 룰을 중시하는 글로벌 화한 경제구조에서 부패는 치명적인 오점이다. 무역과 외국인투자라는 양대 축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 경제로서는 생존과 직결될 수도 있다.
부패에 따른 경제적 손실은 상상을 넘는다. 일부 학자들은 개도국에 대한 직접투자액의 약 5%가 뇌물로 샌다고 추정한다.
1999년 개도국 투자 2,080억 달러 가운데 100억 달러 가까이 증발된 셈이다. 중국의 부패에 따른 경제적 손실은 국내총생산(GDP)의 13∼17%에 달한다는 분석도 있다.
부정부패는 외국인 투자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부패의 만연은 투자국에서의 영업비용을 높이기 때문에 외국인투자의 신규유입을 억제할 뿐 아니라 기존 투자 기업도 다른 투자국을 찾게 만든다.
부패는 기업에게는 간접적 세금으로 작용하고 비용을 증가시켜 투자할 인센티브를 감소시킨다.
특히 미국계 기업은 1974년 제정된 해외부패방지법에 따라 외국공무원에게 뇌물을 공여하거나 뇌물성 접대를 하면 형사 처벌을 받는다.
OECD도 외국공무원에 대한 뇌물공여를 형사 처벌하는 뇌물방지협정을 1998년 연말 발효시켰다. 우리나라도 협정에 서명하고 국내법을 제정한 것은 물론이다.
우리 사회에서 부패가 근절되지 않는 이유는 인정과 연고를 중시하는 유대관계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인정은 혈연중심의 농경사회에서 한민족을 뭉치게 하는 요소로 작용했다. 그러나 인정과 연고에는 객관성과 원칙이 결여돼 신뢰와 계약을 우선시하는 국제사회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개방경제에 맞게 원칙과 보편성을 중시하는 상호관계가 요구되는 시대이다.
김완순 金完淳(외국인투자 옴부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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