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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남부끄러운 '코리아 엑스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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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남부끄러운 '코리아 엑스포'

입력
2000.12.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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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30일부터 4일까지 도쿄(東京) 아리아케(有明)의 국제전시장에서 열린 '코리아 슈퍼 엑스포 2000'은 일본에 한국의 좋은 인상을 심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2002년 월드컵 공동개최에 앞서 상대국에서 3차례씩 산업ㆍ기술ㆍ물산전을 통합한 종합 교류축제를 열기로 한 양국 합의에 따른 첫 행사여서 많은 기대를 모았다.

그동안 일본에서 열린 각종 한국전과 구별하기 위한 '슈퍼 엑스포'라는 이름은 적어도 규모면에서는 걸맞았다.

옥내ㆍ옥외 전시장을 합쳐 모두 7,500평을 빌렸고 참가 업체로부터 받은 임대료 수입 등을 제외한 정부 예산만도 80억원이 투입됐다.

행사에서는 한국의 인기 가수와 전통예술 공연팀이 나와 전통 문화와 현대 대중문화를 골고루 선보이는 시도가 곁들여져 종합적으로 국가 이미지를 끌어 올리겠다는 기획의도를 엿볼 수도 있었다.

실제 5개 전시장 가운데 가장 많은 사람이 몰린 것은 야외전시장에 마련된 '코리아 타운'이었다.

물산전에 가장 큰 관심을 갖게 마련인 대중의 정서도 그렇지만 최근 일본내 한국붐의 핵심이 풍부한 음식문화에 대한 동경이란 점을 재확인할 수 있었다.

일본인들이 가장 큰 관심을 보인 '코리아 타운'의 현장은 그러나 말 그대로 '난장판'이었다. 직접 김치를 담거나 파전을 부쳐 보고, 이런 저런 먹거리를 맛보고, 값싸게 살 수도 있으리라는 기대를 안고 찾아 간 일본인들은 기획의도와는 거리가 먼 무질서한 혼잡과 싸구려 상술만을 겪어야 했다.

입구에서 잡상인들이 싸구려 물건을 팔았고 떡집과 김치집, 음식점은 신주쿠(新宿)의 한국 업소들이 나와 평소보다도 무성의한 '장사'에만 열을 올렸다.

모처럼 큰 돈 들여 마련한 이런 행사가 오히려 국가이미지에 손상을 초래한다면 그 역효과는 회복하기도 쉽지 않다.

함께 간 일본 친구의 손을 잡아 채듯 이끌고 돌아 서면서 제발 일본인들이 '코리아 타운'을 찾지 않기만을 빌어야 했다면 행사는 '성공'과는 거리가 먼 것이었다.

황영식 도쿄특파원

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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