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A정보산업고 P(42) 교사는 일요일인 3일 10만원짜리 백화점 상품권을 들고 S중학교 교장 집을 찾았다. 진학생을 한 명이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서는 해당 중학교 교장과의 '눈도장'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P교사는 "보름 전부터는 아예 오후에는 수업을 하지 않고 담당 중학교 교무실로 '출근'한다"면서 "입시를 앞둔 실업계 고교는 대부분 비슷한 상황일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6~8일 원서접수를 앞둔 실업계 고교에 학생 확보 비상이 걸렸다.
작년까지 3년 연속 정원미달이었던데다 올해 역시 일반계 고교 진학을 선호하는 중3 학생들에 대한 별다른 유인책이 없기 때문이다. 인맥과 학맥을 총동원하고 취업 보장과 장학금 지급 등 나름의 강점을 내세우지만 뚜렷한 성과는 없는 형편이다.
B정보산업고는 서울 시내 중학교 320여곳 가운데 100여곳을 지정, 교사들을 10개 조로 편성해 10월부터 매주 한두 차례씩 담당 중학교를 정기적으로 방문토록 하고 있다. 방문 후에는 보고서를 작성하고 실적이 부진한 교사들은 교장과 면담도 해야 한다.
C상고 교사들은 중학교를 방문할 때마다 '취업률 90%'와 '정원 30% 장학금 지급'을 강조한다. 유치 실적이 우수한 교사에게는 격려금도 지급한다. D여상은 중학생들이 대학 진학을 선호하는 점을 고려해 지난해 동일계열 지원을 통해 중앙대에 특차합격한 학생의 사례를 적극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교사들의 '출장'으로 실업계 고교 수업은 파행을 겪고 있으며, 향응 제공도 다반사로 이뤄지고 있다.
D여상 전산 담당 E(41) 교사는 "때로는 영어수업까지 대신해야 한다"고 말했고, C상고의 한 교사도 "취업률과 장학금 지급률을 과장하는 경우는 물론, 술자리까지 마련해 구걸 아닌 구걸을 해야 할 때면 한심스럽기까지 하다"고 토로했다.
무리한 학생 확보 경쟁이 잡음을 빚기도 한다. 서울 M중학교 3학년 담임 박모(43) 교사는 "며칠 전 교무실에서 학생 3명을 두고 D공고와 H공고 교사가 주먹다짐을 벌이기도 했다"고 전했으며, C중학교 최모(39) 교사도 "돈이 오가면서 학생들을 '입도선매'한다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라고 혀를 내둘렀다.
서울 D정보고 교장은 "9월부터 다른 실업고보다 먼저 조를 편성해 신입생 유치작전에 나섰다"며 "정부가 실업고를 설립만 해놓고 지원이 부족한 상태에서 이로 인한 수업차질 등은 감수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라고 털어 놓았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대학생 3명중 1명 휴학생 '사상 최고'
경기 악화로 올 2학기 대학 휴학생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 대학생 3명 가운데 1명이 휴학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3일 교육부에 따르면 전국 161개 국ㆍ공ㆍ사립대(교육대ㆍ산업대ㆍ전문대 제외)의 올 2학기(10월1일 기준) 재적생은 163만1,011명으로 이중 31.6%인 52만7,316명이 휴학중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기존 최다 기록이었던 올 1학기의 50만8,647명보다 1만8,669명이 늘어난 것으로 전체 재적생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30.5%에서 31.6%로 높아졌다.
휴학 사유별로는 군 입대가 31만4,460명(59.6%)으로 가장 많고 가정형편이나 유학 등 일반휴학이 19만7,049명(37.4%), 정원 외 휴학이 1만5,807명(3.0%) 등이었다.
재적생 대비 휴학생 비율은 지방대의 상당수가 50%에 육박하는 등 지방대가 훨씬 높았지만 수도권 상위권 대학도 30% 내외를 기록했다.
서울대는 재적생 2만6,638명중 21.0%(5,598명), 연세대는 2만4,718명중 30.5%(7,530명), 고려대는 2만7,069명중 34.3%(9,281명)가 휴학중이었다. 이밖에 서강대는 35.6%, 성균관대 35.1%, 중앙대 36.2%, 경희대 26.6%, 이화여대 13.3%, 한양대 35.7%를 기록했다.
한편 미등록ㆍ자퇴, 재학 연한 초과, 성적ㆍ성행불량 등에 의한 전체 제적생수는 2만6,315명으로 지난 1학기(3만7,792명)보다 크게 준 반면 대학들이 학사관리를 엄격히 하면서 성적ㆍ성행불량에 의한 제적생수는 전체 제적생수의 12.8%인 3,362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주요대학의 제적생수는 서울대 75명, 연세대 174명, 고려대 158명, 서강대 112명,성균관대 181명, 중앙대 80명, 경희대 141명, 이화여대 55명, 한양대 232명 등이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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