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추락, 기업퇴출, 불법대출 등 제2금융권을 엄습한 한파(寒波)로 중견ㆍ중소기업들의 연말 자금줄이 '동파(凍破)'직전에 처했다.'11.3 부실퇴출' 이후 정부가 잇달아 발표한 자금시장 안정대책에도 불구하고 투신권의 자금 이탈세가 진정되지 않고, 종금권 마비에 따라 중소기업의 유일한 자금줄이 된 신용금고도 동방금고 및 열린금고 파문 등 잇단 악재로 사실상 휴업상태다.
한마디로 은행을 뺀 나머지 금융권의 돈줄이 말라버림으로써 극소수(2%) 우량업체를 제외한 중견ㆍ중소기업의 자금줄이 사실상 막힌 상태다.
투신업계는 10조 규모의 채권형펀드 연내 조성, 프라이머리 CBO 편입비율의 확대(70%) 등 정부 대책에 따라 내년 1/4분기까지 회사채 차환의 급한 불은 껐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하이일드펀드 만기연장과 비과세 고수익펀드 허용 등 신상품을 통한 부양책에도 불구하고 자금 이탈이 멈추지 않고 있다.
현대투신 이재환 팀장은 "정부 자금대책은 감기에 해열제를 투입하는 정도"라며 "문제는 기업에 자금을 조달할 실탄이 투신권에서 계속 빠져나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만기연장에도 불구하고 지난 달 말까지 만기가 도래한 하이일드펀드 2조4,664억원 가운데 무려 1조8,976억원이 빠져 나갔다. 반면 같은 기간 비과세 고수익펀드 등으로 신규 유입된 자금은 684억원에 불과하다.
동원경제연구소 유승화 연구원은 "지난 5월 이래 시장에서 회사채 신규발행은 거의 사라졌다"며 "투신사들은 최근 반기결산 결과 지난해 동기 대비 수탁고가 사실상 40% 가까이 격감한 점 등을 감안해 최근엔 우량 비우량을 가리지 않고 현금확보를 위해 무조건적인 회사채 매도에 나서는 등 절박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불법대출 폭탄'을 맞은 신용금고 역시 연말 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BIS) 4%를 맞추기 위해 현금확보에 안간 힘을 쏟고있다.
금고협회 이기헌 기획조사부장은 "대부분 금고가 동방금고 사건 이후 10월부터 신규 여신이나 어음할인은 꿈도 꾸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11월말 현재 어음할인과 여신을 포함한 전체 여신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0% 가까이 줄었다"고 말했다.
기협중앙회 이상태 경영지원팀장은 "지난해 중소기업 자금조달의 75%를 차지했던 은행 거래가 정책자금과 총액한도대출 등을 빼곤 사실상 봉쇄된 상황"이라며 "중견, 중소기업의 자금창구인 2금융권을 부양할 획기적인 대책이 없이는 국내 산업기반 전체에 심각한 타격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국투신 윤시준 영업담당 전무는 "개별 상품을 통한 투신권 자금 유인책은 한계가 있다"며 "투신상품에 대한 예금부분보장제 유예, 또는 현재 1% 남짓한 은행 정기예금과 투신상품간의 금리차를 단기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일부에서는 신용보증기금 등 보증기관에 투기등급채권 보증을 맡을 별도 특별기구를 설치하는 방안이나, 과거 은행보증채 제도의 일시 부활 등의 주장도 내놓고 있다.
장인철기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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