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중이 어느 정도 나가냐는 물음에 ○○근이라고 대답한 적이 있었다. 그러자 한국친구가 돼지고기도 아닌데 무슨 근이냐고 웃어댔다. 나는 나의 '무식함'에 난감해졌다.물론 중국도 서류상 kg으로 체중을 표기하기도 하지만 일상적인 대화에서는 모두 전통 계량단위인 근을 사용한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사람의 체중을 말할 때 kg을 사용하여 동물의 중량과 구별을 하는 것 같다. 다르다는 느낌은 항상 이러한 사소한 것에서부터 느끼게 되는 법이다.
중국에서는 무릇 1근이라면 고기든 야채든 상관없이 모두 500g으로 치지만 한국에서는 고기 1근은 600g, 야채 1근은 400g으로 환산한다. 처음엔 그런 것도 모르고 적게 준다고 기분 상했던 일도 있었다. 그뿐 아니라 중국에서는 과일, 물고기 등을 중량으로 계산하여 판다.
한국에서 '사과 두 개에 1,000원' '갈치 한 마리에 1만원'과 같은 글귀를 보고 처음에 몹시 놀랐다. . 크기와 중량이 똑같은 것도 아닌데 어떻게 개수로 팔 수 있을까.
조금이라도 큰 걸 먼저 골라간 사람과 나머지 좀 작은 것을 산 사람은 느낌이 상당히 다를 것이라고 생각되었으나 그렇지도 않은 듯 싶었다.
한국에서 구내식당을 처음 사용할 때도 당황했었다. 세 가지 밑반찬과 주식을 똑같은 양으로 떠주는 것이었다. 정말 한국인은 입맛도 똑같고 식사량도 똑같은 건지. 더욱이 구내식당의 아줌마는 항상 '눈치 빠르게' 여자인 나만 보면 밥이나 국물을 덜어내서 적게 준다.
얼마나 원망스러웠는지 모른다. 처음에는 "저 좀 많이 주세요"라고 요구했지만 나중에는 눈치가 보여 주는 대로 받아먹었다.
중국의 경우 우선 밥은 2냥, 3냥, 4냥 단위로 구분하고 반찬도 수십 종을 준비하여 창구에서 학생이 원하는 대로 주문하면 그대로 제공한다. 대신 배식에 소요되는 시간은 상대적으로 길어지는 것이다.
습관이라는 것은 참으로 무서운 것이다. 방학에 중국에 돌아가면 사과나 배를 사서는 한국식으로 하면 한 알에 얼마나 할까 하고 계산해보기도 한다.
엄마가 그렇게 할 일이 없냐고 핀잔주기도 하지만 나로서는 재미있는 일이다. 하지만 매끼 여러 가지 요리를 놓고 어느 걸 먹을까 고민해야 하는 중국 학생들을 볼 때에는 가끔 부럽기도 하다.
며칠 전에 갓 유학 나온 중국친구를 만났는데 적응하느라고 무척 바빠 보였다. 수년 전 나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미소가 저절로 나왔다.
추웨이쿠웨이후아 안양대중국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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