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뜬 눈으로 밤을 지샌 북측 방문단과 남한의 가족들은 1일 두 차례 개별상봉과 오찬을 통해 50년 저편 기억을 되살리며 혈육의 정을 다시 확인했다.■50년만에 마음껏 투정부린 유순이씨
'50년 수절'의 주인공 유순이(71)씨는 북에서 온 남편 김중현(69)씨에게 50년만에 마음껏 투정을 부렸다. 이날 오찬장에 보라색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남편 옆에 다소곳이 앉은 유씨는 소주를 마시려는 김씨에게 "건강 생각해서 백세주를 들라"며 손을 낚아챘다.
이번엔 남편 김씨가 "당신도 한 잔 하구려" 하고 권하자 유씨는 "난 못해요"라고 못이기는 척하다 단숨에 술잔을 비웠다. 김씨가 놀라며 "아유, 왜 이리 술을 잘해"하자 유씨는 "당신 기다리느라 는 건 술밖에 없다우."라며 남편의 손을 살짝 꼬집었다.
■누나에게 딸 그림 선물한 홍응표씨
평양직물도매소 지배인 홍응표(64)씨는 누나 양순(73)씨와 조카들이 개별상봉 장소인 객실에 들어오자 다정히 어깨를 얼싸안았다.
양순씨는 부모님 환갑사진 등이 담긴 앨범에 이어 평양에서 특별 주문한 직물과 딸이 그린 '금강산전도' 등 그림을 누이에게 선물로 건넸다.
■훈장 자랑한 하재경씨
하재경(65) 김책공대 강좌장의 형 재인(73)씨는 이날 개별 상봉장에서 동생이 과학자인 점을 고려해 과학자용 전자계산기, 확대경, 돋보기 안경, 전기면도기, 옷가지, 속옷 등을 선물했다. 재인씨는 "노트북 컴퓨터를 주려고 했는데 당국에서 난색을 표명해 할 수 없이 전자계산기를 준비했다"고 말했고 재경씨는 과학기술 발전 공로로 받은 훈장 2개를 내보였다.
■족보를 선물로 받은 최병태씨
"족보를 보니 내 뿌리가 아직 남아 있다는 생각이 들어 기분좋다." 북에서 온 큰형 최병태(71)씨는 동생 병현(59), 병림(52)씨가 상봉장에서 건넨 '경주 최씨 사전공파 보권지천'이라고 적힌 족보 2권을 받아들고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최씨 형제들은 큰형 병태씨가 '둘째형은 6ㆍ25때 낙동강 전투에서 사망했다'며 전날 차마 털어놓지 못한 비보를 전해주자 서로 얼싸안은 채 다시 통한의 눈물을 흘려야 했다.
강 훈기자
hoony@hk.co.kr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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