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후 대통령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위원장 양승규) 자문위원 위촉식과 조사관 임명식이 열린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각계의 쟁쟁한 인사들로 구성된 자문위원단석에 경위 출신의 평범한 전직 경찰관 진성환(61)씨가 앉아 있었다. 진씨는 영 어색한 표정이었지만 양 위원장은 특별히 그를 가리켜 "피의자의 인권을 자신의 인권처럼 여기며 평생을 살아온 '참경찰관'"이라고 소개했다.1980년 6월 광주민주화운동 직후의 서슬 퍼렇던 시절. 서울대 법대교수이던 양 위원장은 같은 대학 경제학과 변형윤 교수가 주도한 '104명 지식인서명'에 동참했다가 서울시경 특수수사과에 연행됐다. 그 때 담당 조사관이 바로 진씨(당시 경사)였다.
진씨는 양 교수가 그 살벌한 분위기 속에서도 꿋꿋하게 서명의 당위성을 설명하던 모습을 아직도 기억한다.
"계엄포고령 위반으로 구속해야 했지만, 제 양심으로는 도저히 그럴 수가 없었어요. 말단 경찰이었지만 제 힘을 다해 구속만은 막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결국 양 교수는 훈방됐다.
양 위원장은 "나흘동안 조사받으면서 그에게 깊은 감동을 받았다"며 "상부의 의도에 따르지 않은 것은 당시 상황에서 정말 쉽지 않은 일이었다"고 회고했다. 양 위원장은 이어 "'사적 인연'이라는 부담과 본인의 고사에도 불구, 그를 영입한 것은 의문사 진상규명에 용기있고 인권의식이 투철한 수사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믿음 때문이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진씨는 "제가 무슨 자격이 있습니까. 위원회 이미지만 떨어뜨리지나 않을지.."라고 손사래를 치며 끝내 사진촬영과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의문사진상규명위 자문위원에는 최영도 변호사, 리영희 한양대 명예교수, 김중배 참여연대 공동대표 등 사회 각 분야 인사 22명이 위촉됐으며, 조사단은 경력 7년 이상의 민주화운동 경력자 22명과 검찰ㆍ경찰ㆍ군ㆍ국정원 등에서 파견된 현직 수사관 27명으로 구성됐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