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가 심상치 않다. 미국의 주요 경제지표가 뚜렷하게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향후 세계 경제가 전반적인 침체 국면에 빠져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미국 상무부가 29일 발표한 주요 경제지표에 따르면 미국 경제가 하강 국면에 접어든 것이 분명하다. 미국의 주요 경제 지표를 보면 지난 3ㆍ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996년 4ㆍ4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인 2.4%로 떨어졌다.
기업의 3ㆍ4분기 세후 수익도 지난 2년래 가장 낮은 수준인 0.6% 증가하는데 그쳤다. 소비심리도 얼어붙어 지난 10월 중 자동차, 냉장고 등의 내구재 주문량이 5.5% 하락했으며 11월 중 소비자 신뢰지수도 전달보다 2포인트 하락한 135.5로 13개월래 최저치를 나타냈다.
미국의 경제전망 전문조사회사인 ISI그룹의 마이클 레이넬 연구원은 "세계 경제가 지난 18개월간 지속된 금리인상과 고유가, 기술부문의 침체에 의한 경기하락 현상을 보이고 있다"며 "미국 경제는 2001년 GDP 성장률이 2.0%에 머물고 실업률이 급증하는 등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계무역기구(WTO)도 30일 국제무역통계 보고서에서 2001년에는 세계적으로 교역증가율이 다소 저조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경기침체의 대표적인 징후는 신경제를 이끌어 왔던 첨단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에서 나타나고 있다. 최근 연일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나스닥지수는 28일 145.51포인트 빠진데 이어 29일에도 28.05포인트 하락, 2,706.93포인트에 장을 마감했다. 이는 지난해 10월19일 2,688.18포인트를 기록한 이후 13개월만의 최저치이다. 현재의 지수추이가 연말까지 계속될 경우 이는 연초 대비 33.4%가 떨어진 것으로 지난 1974년 35%가 빠진 이후 26년 만에 최악의 폭락장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증시 폭락에 회사채, 은행 대출 등에서의 유동성 경색으로 금융위기 발생, 자금난을 겪고 있는 기업들의 연쇄도산 위험성 마저 제기되고 있다.
메릴린치 증권에 따르면 기업의 신용등급이 부적격 투자에 해당하는 정크본드의 가산금리가 지난 2개월 동안 급등, 미 재무부 채권보다 7.75포인트 높은 13.5%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롱텀 캐피털 매니지먼트(LTCM)의 부도로 시장이 얼어붙었던 1998년 9월의 10.3%보다 높다는 지적이다.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는 29일 아직 신용경색이 가시화하지는 않았지만 자산가치 하락, 주가 약세 등 우려되는 현상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면서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발생할 위험성이 상승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유럽의 경제도 침체를 면치 못하고 있다. 독일의 3ㆍ4분기 GDP 성장률이 3.4%를 기록, 2ㆍ4분기 3.7%보다 떨어졌으며 이는 2ㆍ4분기보다 0.6% 성장한 것에 불과하다.
소비자 신뢰지수도 10월에 3년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터키 금융당국은 극심한 현금부족 현상으로 국제통화기금(IMF)에 차관을 요청할 계획이다. 유럽위원회(EC)는 유로화 가입 11개 회원국의 내년 성장률이 올 3.5%에서 3.2%로 하락할 것으로 예측했다.
미국 경기 침체는 달러화에 대한 통화가치 하락과 주가폭락을 겪고 있는 아시아의 경제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크레디트 퍼스트 보스톤(CSFB)증권은 미국의 전자부품 신규주문이 8월 이후 연속 3개월 동안 급격히 완만해지고 있어 내년 2~4월 아시아의 대미 수출이 급격히 둔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일본과 대만의 주가는 각각 심리적 마지노선인 1만5,000엔 대와 5,000포인트가 이미 무너졌으며 20~30%로 통화가치가 하락한 인도네시아, 태국, 필리핀, 대만 등의 환율시장이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최기수기자 mount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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