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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재래시장의 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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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재래시장의 애환

입력
2000.12.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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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매상이 뚝 떨어졌다고 한다. 경제가 어려워졌다는 말이다. 실업자가 늘어난다고 하니 마음이 무거워진다.주머니에 얼마간 돈이 있어도 함부로 꺼내 쓰기 어렵게 됐다. 무슨 일이 닥칠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제 알뜰살뜰 살림을 꾸려나가 앞날에 대비해야 한다.

저마다 분수에 맞춰서 필요한 물건을 싸게 사는 곳을 찾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재래시장에 활기가 돈다.

■동네시장엔 초저녁이 되면 사람들이 모여든다. 장바구니를 든 주부들이 분주히 오가며 흥정을 한다. 야채가게에 싱싱한 배춧단이 탐스럽게 쌓여있고, 어물전엔 해물탕거리가 상자마다 소복이 담겨있다. 어묵튀김이 막 나오는가 하면 갖가지 과일이 싱싱하다.

길가에 깔아놓은 생활용품엔 매일같이 새로운 상품이 끼어들고 떡집에는 먹음직한 시루떡 인절미 무지개떡이 가득하다.

■백화점 차, 대형할인매장 버스가 분주히 돌아다니며 시장 손님들을 빼돌리지만 참는 수밖에 없다. 세태가 그러니 어쩔 것인가. 상인들은 아침 일찍 나와 장사를 준비한다.

날이 추워도 어물전엔 얼음이 필요한 법이고, 석유난로를 때는 집엔 석유가 배달돼야 한다. 반찬가게엔 새로 만든 밑반찬이 즐비하고, 오늘 개업한 옷 가게에선 막걸리 냄새가 진동한다.

■불황이 재래시장이라고 비켜가지 않는다.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장사가 안되면 허리띠를 줄여서 몸을 가볍게 하면 된다. 한두 해 해본 장사도 아니라 안 쓰고 안 먹으면 그뿐이다.

정 안되면 가게 평수를 줄이는 방법도 있으련만 거기까지 가서는 안 된다. 아침 일찍 나와서 밤 늦도록 몸으로 벌어먹는 처지에 건강만 하다면 내일이 없진 않을 것이다. 장사가 잘 되면 잘 되는대로 안 되면 안 되는대로 파도를 타듯 지내왔다.

오늘 건어물전 젊은 여주인과 길바닥 과일점의 나이든 아줌마가 한판 붙었다. 이유는 "잘난 체 한다"는 것이다. 그래! 한 바탕 붙으면 구경거리가 생기고, 우리끼리 스트레스도 풀 기회가 아닌가.

/최성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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