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성(37)이 '허균'으로 거듭나고 있다. '외인구단'의 까치와 '여명의 눈동자'의 최대치의 전형적인 터프가이를 벗어나, KBS 사극 '천둥소리(2TV 밤 9시 50분)'에서 시대적 부조리에 맞선 아웃사이더 허균의 이미지를 성공적으로 담아내고 있다.먼저 연기가 많이 자연스러워졌다. 특유의 딱딱한 스타일에서 벗어나 오만하고 차가운 듯
하면서 호방한 허균의 복합적인 캐릭터를 유연하게 소화하고 있다. '모처럼 이 드라마에
서 절치부심한 흔적이 느껴진다''홍길동전의 저자로만 알고 있던 허균을 최재성이 다시
살려놓고 있다'등 시청자의 평가도 호의적이다.
그는 그동안 출연한 작품들에서 무뚝뚝한 반항아의 단조로운 이미지를 벗지 못한다는 지적을 많이 받아 왔다. 투박한 질그릇 같은 그의 이미지는 실제 성격과 별반 다르지 않않다.
처음 허균을 맡았을 때 그는 자신의 역할에 대해 당황스러울 정도로 간결하게 대답했다. "훌륭한 분이죠, 뭐 모든 역할이 다 의미가 있는 것 아닙니까."하지만 대범해 보이는 태도와는 달리 극 초반에는 처음으로 사극의 주연을 맡아 부담이 적지 않은 듯했다.
연기가 안정되어가는 요즘, '타고난 소질보다는 집중력으로 연기에 승부를 걸겠다'는 초반의 각오가 제대로 실현되고 있는 느낌을 준다. "자신감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연기 스타일은 다르지만 최대치나 까치를 통해 큰 역할을 맡는 데 대한 두려움은 없어졌지요." 게다가 선배들로부터 사극에 맞는 연기 스타일을 꾸준히 배웠다고 한다.
사실 SBS '여자만세'와 MBC '황금시대'의 틈에서 '천둥소리'의 시청률은 10% 미만으로 저조하다. 하지만 최재성은 개의치 않는다. 드라마 자체가 의미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허균은 실패한 이상주의자이다. 그는 소설의 저자로만 묻혀 있던 혀균을 현실정치에 부대끼다 스러져간 '혁명가'로 살려낸 것은 분명 뜻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연기생활 17년에 접어든 그는 이제 세살짜리 아들을 둔 가장이다. '터프가이'의 날카로
운 얼굴 윤곽도 조금 부드러워졌다. "요즘 자꾸 살이 쪄요. 원래 말라야 폼이 나는 스타
일인데." 촬영 때문에 바쁘기도 하지만 결혼 전과는 달리 운동도 맘대로 되지 않는다고
한다. 연기가 자연스러워진 것은 세월의 무게가 더해져 '폼'에서 벗어났기 때문일 것이
다.
"저라는 사람 자체가 워낙 투박해서인지 웃기는 역할이나 가벼운 역할은 힘들 것 같습니다."앞으로의 연기 변신 여부에 대해 그는 역시 성격대로 우직하게 답변한다.
과격하지만 어색한 변신보다는 주어진 이미지에 깊이를 더하겠다는 것이다. 과거 청춘스타이자 많은 여성의 우상이었지만 한동안 제자리를 잡지 못하는 듯했던 최재성, 허균으로 되살아난 그를 지켜보는 일은 '재발견'의 즐거움을 준다.
양은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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