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나탈리 베이)는 말한다. "그건 포르노 행위였어요. 난 해보고 싶은 게 있었어요. 누구나 상상하는 것이 있잖아요."그에게 포르노는 성적 판타지였다. 그러나 그는 그것을 상상으로 끝내지 않고 행동으로 옮겼다. 잡지에 섹스파트너를 구한다는 광고를 하거나 (남자의 기억), 인터넷(여자의 기억)으로 만나 호텔방에서 섹스를 하고 헤어졌다. 그것 뿐이다. 이름도, 나이도, 직업도, 어디에 사는지도 서로 묻지 않았다.
완벽한 익명성이다. 다시 만나도 처음과 같다. 그들은 오직 섹스만 하고 돌아선다. 그러나 분명 다른 무언가가 있었다.
그들은 좀더 자연스럽게 이별의 키스를 하고, 그들은 헤어지기 전에 잠깐 망설인다. 남자(세르지 로페즈)가 이별이 아쉬워 "술이나 한잔하자' 고 제안한다. 섹스를 위해서가 아닌데도 둘은 오래 전부터 알던 사람같이 편안했다. 그때부터 '포르노그래픽 어페어' 가 아니다. '사랑' 이다.
그 순간이 되자 비로소 호텔방문 앞에서 늘 멈춰서던 카메라가 안으로 들어간다. 여자는 육체적 행위가 아닌 '정상적인 사랑의 행위' 를 원하고, 부끄럽다는 감정을 느낀다. 이해할 수 없는 감정에 휩싸여 눈물을 흘린다. 복도의 붉은 색의 빛깔이 방안의 푸르고 흰 색과 대비를 이룬다.
벨기에 출신 프레데릭 폰테인 감독의 프랑스 영화 '포르노그래픽 어페어(Une Liaison Pornographique)' 는 바로 '그 관계의 변화' 를 남녀의 별도 인터뷰와 그들의 회상으로 세밀하게 짚어간다. 두 사람이 그랬던 것처럼, 영화도 마치 그들의 얘기가 실화인 것처럼 끝까지 그들을 '그' 와 '그녀' 로만 부른다. 그 익명성에 주인공도, 관객도 솔직해진다.
그러나 비극은 포르노그래픽이 사랑으로, 환상이 현실로 변하는 지점에서 기다린다.
이제는 마음까지 읽어야 하는 관계, 상대가 모르고 있는 나에 관한 것에 실망할 수도
있다는 감정이 서로의 마음을 잘못 읽게 한다. 그래서 결정의 순간 여자는 본능을 숨기고, 남자는 모험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거두고 거짓말을 한다.
그리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잘못 됐으면 그 뒤에라도 서로 알았을 텐데. 그래서 정말 '포르노그래픽'으로 끝나버렸다. 그들이 함께 겪었던 그 시간의 기억조차 서로 조금씩 다르듯이 사랑한다고 진실까지 함께 소유할 수는 없다.
나탈리 베이가 여우주연상을 탄 '포르노그래픽 페어'는 우리영화 '거짓말'과 함께 지난해 베니스영화제를 '성 단론의 영화제'로 만든 작품이다. 서로 제목이 바뀐 셈이다.
/이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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