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악한 공연장, 빛나는 무대였다. 연극이 쏘아 올린 작은 공이었다.국내의 첫 장애여성극단 끼판이 29일 창단 공연 '몸짓 하나, 나는 나'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하자센터(시립 청소년직업체험센터)에서 120명의 관객앞에서 오후 7시부터 40분 간 펼쳐졌던 공연을 시작으로 흥겨운 뒷풀이까지,
그 풍경은 사이버 시대에도 연극 무대는 오롯이 인간의 몫임을 알려내기 족했다. 연극은 곧 인간적 커뮤니케이션이었다.
2000 시드니 올림픽 휠체어 400㎙ 금메달 수상자 문정훈(23)씨는 관람 후, "모두가 봐야 할 멋있는 무대"라고 말했다. 인터넷을 통해 공연 소식을 알고 부산서 올라 온 김성용(25)씨는 "준비를 많이 한 흔적이 역력하다"며 아직 아마추어 극단인 이들의 공을 높이 샀다.
미스코리아식의 획일적 미의식에 주눅들어 있던 미혼의 장애 여성들이 코르셋 등 몸에 두르고 있던 교정 도구들을 벗어 버리고, "나는 나"라고 소리치며 나아간다는 내용이다.
휠체어에 앉은 두 명의 여성과 손을 쓰지 못하는 두 명의 여성 등 네 명의 여성 장애인 아마추어 배우에, 두 명의 기성 배우가 가세했다.
이날 무대는 또 오브제극의 새로운 가능성도 내비쳤다. 무대 뒷면벽에 걸어 둔 코르셋 등 소도구들은 장애여성이 자의식에 깨어나는 후반부에서 떼내져 해체, 오브제화하면서 장애 여성들의 질곡을 즉물화해 낸다.
지난 8월말 연습에서 이날 무대 뒷풀이까지 쭉 취재해 온 인터넷 뉴스 포털 굿 모닝 아시아(www.gmasia.com)의 비디오 카메라 역시 분주했다.
박영미 이사는 "장애와 문화 활동을 성공적으로 결합한 첫 케이스"라며 "끼판 관계자들의 열성적 자세가 감동적"이라고 말했다.
대표 김미연(35)씨는 "장애를 보완할 수 있는 다양한 기술을 연구해 나갈 생각"이라며 "장애여성 문화 활동을 영상ㆍ문학ㆍ퍼포먼스 등 주변 장르로 넓혀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당장의 문제는 자금이다. 6월 대통령 직속 여성특별위원회 2000년 여성발전기금 프로그램으로부터 받은 한시기금 1,600만원으로는 조명ㆍ음향 등을 흉내내기에도 모자랐다.
다음 무대를 올리기까지, 이들은 추운 겨울을 견뎌야 한다. 이날 관객 이영훈(21ㆍ서울시립대 사회복지학과2)은 "대학로의 상업극은 흉내도 못낼 무대"라며 "다시 한다면 꼭 오겠다"고 다짐했다. 극단명은 '끼어들어 판벌이기'를 줄인 말이다. 연락처는 (02)831-9336.
장병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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