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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붙은 '안락사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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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붙은 '안락사 논쟁'

입력
2000.11.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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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세계 첫 허용…교황청"비판"네덜란드가 28일 최초로 안락사를 공식 허용함에 따라 '안락사 논쟁'이 다시 가열되고 있다. 네덜란드 의회의 통과 여부를 지켜보던 종교계와 인권단체는 곧바로 인간의 존엄성을 손상시킨 것이라며 강력히 비판하고 나섰다.

네덜란드 하원의 이번 안락사 허용법안 가결은 이미 지난해 8월 정부가 법안을 의회에 상정할 때 부터 통과가 기정 사실로 여겨졌다. 국민 98%의 찬성하에 1993년 관련법을 개정, 매년 3,000여건의 안락사를 행해온 만큼 이번 조치는 관례상 묵인돼온 것을 합법화한 것에 불과하다. 이 법안은 집권당이 과반수를 점하고 있는 상원의 승인만 받으면 내년부터 효력을 발휘하게 된다.

이 법안은 안락사의 전제조건을 "불치병으로 고통이 견딜수 없을 만큼 심하며, 환자가 이성적인 판단으로 요청해야 의사가 실행할 수 있다"고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환자가 미리 안락사 요구 문서를 남긴 경우는 허용되며, 12~16세 미만까지는 부모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그동안 논란이 많았던 12세 미만 어린이의 안락사 허용 조항은 삭제됐다.

네덜란드의 이 같은 결정에 대해 미국과 영국 등의 안락사 추진 단체들은 "인간답게 죽을 권리를 보장한 조치"라며 적극 환영했다. 미국 오리건주에 이어 지난 5월 대만에서 안락사 법안이 입법원을 통과, 행정원의 승인절차를 남기고 있는 등 안락사는 각국의 현실적 고민이다.

이에 대해 교황청은 대변인 성명을 통해 "네덜란드 국민들에게 슬픈 기록"이라며 "인간의 양심에 근거한 자연법을 위반했다"고 비판했다. 워싱턴에 본부를 둔 생명권리위원회의 로리 휴진은 "의사들이 사람을 치료하는 것보다 죽이는 것이 더 쉽게 됐다"고 통탄했다.

안락사 반대자들은 네덜란드의 안락사 허용이 다른 국가들에 영향을 미치거나, 외국 환자들이 네덜란드에 가서 안락사를 하게 될 가능성을 경계했다. 일부에선 이 법안이 안락사 조건으로 환자의 고통을 '육체'에 제한하지 않아 정신적인 고통도 안락사의 사유가 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네덜란드 정부 관계자들은 "안락사 전제조건에 의사가 충분히 환자를 돌봤다는 증거가 있어야 하는데 외국인은 그 대상이 될 수 없다"며 외국인에 대한 안락사 가능성을 일축했다.

권혁범기자

hb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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