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서울에서 북측 이산가족 방문단 환영만찬을 주최할 예정이었던 장충식(張忠植) 대한적십자사 총재가 29일 돌연 출국한 것은 북측의 '장 총재 불참' 요구 때문이다.북측은 지난 3일 장 총재의 월간조선 10월호 인터뷰기사 중 일부 발언을 문제 삼은 후에도 최근까지 "장 총재가 이산가족 방문단 사업의 전면에 나서지 말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꾸준히 전달해왔다. 정부 당국자는 29일 "방문단 세부 일정을 협의했던 남북 연락관 접촉에서도 북측은 이 같은 뜻을 전했다"며 "북측의 요구는 상당히 강경한 편"이라고 말했다.
정부와 한적은 방문단 사업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북측 요구를 마냥 무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정부는 장 총재가 환영 만찬을 주최 할 경우 북측이 만찬장 답사를 통해 불쾌하게 대응하거나, 만찬에 아예 불응하는 사태가 빚어질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보았다.
정부는 장 총재의 방일로 '북측의 트집에 따라 행사 주최자가 만찬도 주재하지 못하는 등 끌려만 다닌다'는 따가운 비판이 나온다면 이를 감수하겠다는 생각이다. 한 당국자는 "방문단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이산가족들이 헤어진 가족들을 만나는데 어려움이 없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산가족 상봉사업의 간판격인 한적 총재가 현장을 떠나있는 모양새를 국민들이 납득할지는 의문이다.
북한은 3일 북적 중앙위 성명을 통해 "장 총재가 평양은 10년간 정체되어 있었다느니 하며 험담을 늘어놓았다"며 (장 총재가 있는 한) 방문단 사업과 적십자 회담을 재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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