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대상 앞두고 방송3사 고심시상대에 H.O.T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기획사 SM의 관계자가 대신 수상했다. H.O.T는 'Outside Castle'로 '최고 인기 뮤직비디오상'을 받게 돼 있었다. '초련'으로 댄스 부문을 수상한 클론도 구준엽 혼자 시상대에 올라 눈물을 떨궜다. 24일 '2000 m.net 뮤직비디오 페스티벌'시상의 모습이었다.
H.O.T, 클론, 백지영 등 스타급 가수들이 잇단 불상사에 휘말리고 있다. 당분간 이들의 출연이 불확실해짐에 따라, 방송 관계자들은 연말 가요대상시상을 앞두고 이들을 후보에 올릴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
이들 중 가요계 전체 판도에 가장 큰 변수가 되는 것은 H.O.T이다. 백지영은 2집 활동을 접는 단계였고, 클론은 통상적인 수준의 활동을 해왔지만 이들은 9월에 신보를 내고 '빅3'의 반열에 들어 활동해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타의 음주사고 이후 이들은 지금 각 방송사의 연말 가요대상 후보에 오를지도 불투명할 뿐 아니라 후속곡 '그래 그렇게'도 기획사인 SM측의 요청으로 순위프로그램의 후보에서 빠진 상태다.
KBS는 연말 가요대상 후보에서 이들을 제외할 듯하다. 일단 기획사측에서 모든 활동을 중단할 의사를 비쳤고, 명백한 실정법 위반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작년 KBS에서 대상을 수상했으나 머리 염색 문제로 본인들이 시상식 현장에 참석을 고사한 바 있다.
MBC도 마찬가지이다. 한 관계자는 "'서태지 특혜'문제로 스스로 출연을 거부한 조성모와는 분명 예가 다르다. 일단 '위법'상태라 어쩔 수 없다"고 한다.
조성모의 경우 본인의 출연 고사에도 불구하고 '음악캠프'에서 1위를 차지했고, 그때마다 준비된 녹화 화면을 틀었지만 가요대상 시상식에서는 임시방편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원천적으로 배제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SBS의 경우 '일단 본인들의 참석 여부를 보고 결정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참석이 불가능하리라는 전망이 많다.
이러한 태도들은 H.O.T의 실적이 예상 외로 부진했던 것과 무관하지 않다.
방송가에서는 이들의 실질적인 앨범 판매량을 조성모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40만~50만장으로 추산하고 있다. 게다가 기획사인 SM은 강타의 음주사건이 터지자마자 2주간의 스케줄을 모두 취소해버려 앞으로 이들의 거취가 불투명하다.
기획사가 먼저 적극적인 철수 의지를 표명한 탓인지, 반응은 생각보다 격렬하지 않은 편이다.
지난주부터 KBS'수퍼TV 일요일은 즐거워'의 'H.O.T의 자격지심'코너가 폐지되었지만 팬들은 KBS 게시판에 '방송을 계속해 달라'는 탄원메일을 보내는 정도이다.
이정현 김현정 등 솔로 여자 댄스가수 중 제일 독보적인 백지영은 부문별 시상에서 가장 유력한 후보이지만 연말 방송가에서 모습을 보기 힘들 듯 하다.
'연예가중계'에서도 백지영 사건을 한 번도 다루지 않은 KBS는, 본인이 '활동 재개'의사를 표명하더라도 KBS가요대상 후보에는 포함시키기는 어렵다는 쪽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방송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 KBS의 이미지에는 물론 백지영 자신에게도 도움될 게 없으리라는 생각에서다. 다른 방송사들은 본인의 출연 여부에 맡길 계획이다.
하지만 본인의 의지와 상관 없이 터진 '사고'이고, 그녀에 대한 동정론이 확산되는 상태이기 때문에 도덕적인 잣대로 '후보 배제'를 결정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강원래의 하반신 마비로 가수활동 재개여부가 불투명한 '클론'은 방송가에서도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KBS의 한 관계자는 "H.O.T나 백지영은 제외하더라도 클론은 당연히 후보에 포함된다"고 이야기한다.
다른 방송사도 마찬가지이다. 30대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남성적이고 유머러스하고 독특한 캐릭터로 댄스그룹의 든든한 맏형 자리를 지켜왔던 클론의 빈자리를 굳이 다른 가수로 채우지는 않겠다는 생각이다.
양은경기자
key@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