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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샐러리맨 자기고백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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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샐러리맨 자기고백서

입력
2000.11.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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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깃 속으로 파고드는 초겨울 바람이 유독 매섭게 느껴지는 날씨입니다. 계절의 흐름을 읽을 여유가 없었던 탓인지 왠지 올해는 겨울에서 다시 겨울로만 이어진 듯한 기분입니다." 얼마 전 대우자동차에 근무하는 대학동기로부터 받은 편지는 이렇게 시작했다.학교 졸업 후부터 청춘을 불살랐던, 평생 일터라고 생각했던 직장이 이 모양이 된 것에 대한 소감을 담담히 전하고 있었다.

■"많은 분들이 대우차의 앞날을 걱정하고 안타까워 하십니다. 그러고 또 어떤 분들은 올 것이 왔다고, 속이 시원하다고도 하십니다"라며 "지난번 대우가 소용돌이에 휩싸이던 날, 갑자기 바뀌어 버린 주위의 엄청난 시각차를 극복하는데 많은 시간을 보내야만 했습니다"고 그 친구는 말했다. "세계화에 가장 앞장 선 기업..

하지만 모든 것이 허상으로 바뀌었고, 변명할 여지도 없이 대우는 지금 국가경제의 짐이 되어 있습니다."

■경영자는 아니지만, 직원으로서 느끼는 이 같은 자괴감ㆍ책임감은 어쩌면 우리 기업사회 풍토에서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우리 회사'라는 인식이 그만큼 강한 것이다.

"대우차가 많이 좋아졌다는 칭찬 한마디에 흐뭇해 하고, 우연히 읽던 잡지의 외국 거리 풍경 한 구석에 무심코 자리 잡은 대우차를 발견하곤 빙그레 웃음짓던 그 느낌을 위해 열심히 땀 흘리고 밤을 지새웠습니다 "라는 대목도 바로 그런 이유때문이 아닐까.

■편지는 '뼈를 깎는 각오로' 다시 태어나겠다는 것이 결국 요지다. 친구에게 '대우차를 잘 봐달라'는 상투적인 호소는 결코 아니라고 믿는다. 자기 자신의 재생 노력을 알림으로써 스스로를 구속하려는 치열한 몸부림인 것으로 다가왔다.

지금에 와서 누구를 원망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며, 앞으로 다시 일어서는 것만이 살 길이라는 평범한 사실을 모두에게 알려주는 부실판정을 받은 기업에 근무하는 한 샐러리맨의 자기 고백서인 것이다.

/이상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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