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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언비어 단속 어디까지..."

입력
2000.11.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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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대대적 단속 착수최근 출처와 근거가 불분명한 각종 유언비어가 전단지나 인터넷 등을 통해 시중에 대량 유포되고 있어 경찰이 대대적인 단속에 착수했다.

"XX기업 위기" "거액수뢰" 등 지하철역·온라인 급속확산에

경찰 "도넘었다" 철퇴나서

경찰청은 28일 "현재 확산되고 있는 유언비어들의 내용이 사회 불안감을 조성하고 경제질서를 교란하는 등 도를 넘는 심각성을 보이고 있다고 판단, 경찰력을 총동원해 연말까지 대대적인 단속과 진원지 수사를 벌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유언비어 여부와 구체적인 처벌대상 범위가 불확실한 데다 처벌의 근거 법률도 박약해 단속의 실효성과 배경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 유언비어 유포실태

최근의 유언비어는 정치ㆍ경제 상황 악화에 따라 주로 정부와 정치인, 기업 등에 관한 악성루머가 주종을 이루고 있다.

지난주 서울 지하철 사당역에는 '김용갑 의원의 노동당 2중대 발언은 사실이다' '노벨상은 돈을 주고 산 것이다' 등의 내용이 쓰인 전단지 수천장이 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이달 중순 이후 지하철 환승역 주변에서 이같은 행위가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증권가에서 나도는 정보지에도 'XX기업이 부도위기에 몰려 있다' '금감원에 또다른 대형비리가 있다' 등 근거없는 루머가 나돌고 있으며, 이런 내용을 실은 일부 증권정보지는 수만~수십만원씩에 팔려나가고 있다.

청와대 등 정부부처 게시판에도 특정 정치인과 정부정책에 대한 근거없는 비난과 허위사실이 무더기로 게재되고 있다.

이밖에 '독자생존을 모색하는 시중은행장에 대해 검찰이 내사를 벌이고 있다' '진승현씨 불법대출 사건과 정선카지노 설립에 정권실세가 개입돼 있다' '여권 관계자와 여권 실세가 수십억원씩을 수뢰했다'는 등의 밑도 끝도 없는 루머들이 시간이 가면서 정교하게 살이 붙여져 아예 사실처럼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 수사

경찰은 ▦기업ㆍ금융 구조조정에 따른 노사분규와 파업을 의도적으로 조장하는 행위 ▦금융가에 조직적으로 유언비어를 날조ㆍ유포하는 행위 ▦벤처기업 불법대출 사건에 따른 정부 금융정책을 비난하는 행위 ▦정치ㆍ경제 불안을 조성하는 행위 등을 중점 단속하고 유언비어 유포자는 끝까지 추적, 엄중처벌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특정인이나 조직이 공공장소나 인터넷상에서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전단지나 허위글을 조직적으로 유포하거나 증권가에서 허위정보를 흘리는 행위에 대해서는 옥외광고물 단속법이나 증권거래법, 도로교통법, 경범죄, 신용훼손죄 등을 적용, 최고 10년 이하 징역형에서 최하 10만원 이하 벌금형 등에 처할 방침이다.

■ 단속근거 및 수사배경 논란

그러나 현행법상 유언비어 유포행위에 대해서는 단속 및 처벌근거가 없는데다, 무엇이 유언비어고 어디까지가 처벌대상 행위인지도 불명확해 단속 과정에서 상당한 마찰과 논란이 예상된다.

더구나 단속대상이 명백한 명예훼손이나 음해성 루머에 한정되지 않고 정치ㆍ사회 비판성 발언까지 포함될 경우 정치ㆍ경제적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국민의 정치ㆍ신체ㆍ양심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비난의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경실련 위평량 정책부실장은 "경기악화와 각종 권력형 비리로 인해 각종 유언비어가 증가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인데 이를 법으로 단속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 이태호 시민감시국장도 "정치인이나 공직자, 정부정책에 대한 비판과 의혹제기에 대해 법적 잣대를 갖다대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며 "유언비어나 비판에 대해 공권력이 과도하게 개입하면 합리적인 여론조성을 막는 역기능을 낳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배성규기자

veg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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