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2월까지 공기업 등 공공 부문의 2차 구조조정을 마무리 짓는다는 것이 정부 방침이나 예상대로 도전이 만만치 않다. 당장 양대 노조가 들고 일어나고 있듯이 안팎의 저항과 반발 징후들이 여간 심상치 않다. 공기업 개혁은 우리 경제가 당면한 위기를 극복하고 체질적 선진화를 이루기 위해 반드시 이뤄야 할 과제임은 두말 할 나위가 없다.이 정부는 출범과 함께 공기업 개혁을 외치면서 98년 1차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그러나 그 성적은 낙제점이라고 할 수밖에 없었다.
거대 공기업들의 민영화 추진이 지지부진하고, 그 나마 인원 감축 등 내부 개혁조치도 눈 가리고 아옹 식이었다는 사실이 각종 보고서와 자료들에서 확연히 드러나고 있다. 가령 어떤 공기업은 인원을 대폭 삭감했음에도 총 인건비는 오히려 예전보다 늘어났다는 사실이 이 같은 구조조정의 허상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내부에 만연한 비리와 비효율 비도덕성 등 공기업의 복마전 문화는 조금도 개선된 것이 없다.
그래서 국가채무의 3배가 넘는 공기업 부채는 줄어들기는커녕 늘고 있다. 만성 적자에 영업이익으로 금융비용도 감당 못하는 공기업들이 수두룩해 국가경제에 주는 과중한 부담이 위기일발로 치닫고 있다. 그럼에도 감시 감독의 사각지대에서 온존하는 '철밥통'들이 부지기수이니 공기업은 모럴 해저드의 사회 확산에 한 뿌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번 2차 구조조정은 1차 때와 달라야 한다. 거죽이 아니라 근본과 문화를 혁신하는 실질적인 '내용의 개혁'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최고통치자부터 어떤 난관도 극복해 내려는 불굴의 초심(初心)을 지킬 수 있어야 한다.
요란하게 시작했다가 용두사미가 된 1차 구조조정의 파행 원인을 되새겨 봐야 한다. 1차 구조조정 계획때 제시했던 공기업의 민영화 일정이 여태껏 미완의 과제로 남게 된 주된 이유도 주가 하락 등 경제 변수가 아니라 정부의 의지 약화에 있다고 본다. 노조에 대한 설득, 정치권의 이해, 정부 내 부처간 이견 조정 등 넘어야 할 산이 한 두개가 아니지만 이것들은 부차적인 과제다.
공기업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어디부터 어떻게 손대야 하는지 따위의 개혁의 목표, 수단, 우선 순위에 관해서는 누구보다 정부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개혁의 최대 저항세력은 노조도, 낙하산 경영진도 아니고 바로 공기업의 독립과 경쟁화ㆍ자생화를 꺼리는 정부 내부의 관료주의에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공공 부문의 개혁 솔선 없이는 기업과 금융의 구조조정도 결국 빈 수레가 되리라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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