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다국적 전자업체인 필립스에 브라운관 사업부문을 매각, 11억달러규모(1조2,100여억원) 외자를 유치했다.LG전자와 필립스는 27일 "양사의 브라운관 부문을 분리, 50대 50의 지분으로 내년 상반기까지 새로운 합작법인을 설립키로 했다"며 "이번 합작으로 LG전자는 필립스로부터 11억달러의 자금을 유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합작법인의 사업영역은 TV용 브라운관(CPT)과 모니터용 브라운관(CDT) 분야다. 전세계 브라운관 시장에서 필립스는 시장 점유율 2위(13%), LG전자는 3위(11%)여서 양사의 합작법인은 삼성SDI(22%)를 제치고 세계 1위로 올라설 전망이다.
하지만 그동안 협상이 돼왔던 상환우선주에 대해서 필립스는 "LG전자가 발행하는 상환우선주에 대한 투자를 검토키로 했다"고만 밝혀 5억달러 규모의 상환우선주 발행은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양사는 또 차세대 미래사업인 PDP(일명 '벽걸이 TV')와 단말기 부문에 대해서는 앞으로 합작 논의를 계속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LG전자는 이번 외자유치로 총 1조5,000억원에 달하는 차세대 이동통신(IMT 2000) 투자와 8조원대 부채 상환을 위한 상당액의 자금을 확보하는 한편, 그룹 정보통신 지주회사로서의 재무 안정성도 어느 정도 다지게 됐다.
LG그룹의 주력회사인 LG전자는 그동안 LG정보통신과의 합병(9월1일)에 따른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대금으로 1조300억원을 쓰는 등 현금유출이 크게 늘어난데 비해 영업활동 등에 따른 현금유입은 예상보다 저조해 자금압박을 받아왔다.
이번 외자유치 금액으로도 LG전자가 LG정보통신과의 합병으로 크게 높아진 284%의 부채비율을 채권단과의 합의대로 연말까지 200%대로 낮추는데는 다소 부족할 전망이다.
특히 성사 가능성이 높았던 상환우선주 발행이 막판에 유보됨으로써 LG전자는 외자유치외에 또 다른 자금확보책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대신증권 강록희 선임연구원은 "LG전자가 IMT 2000 등 정보통신분야 투자와 재무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구조조정에 나섰다는 점에서 시장의 반응이 긍정적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윤순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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