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관 설립 구상등 근대 한국사 메카로"한성대의 비전을 아무리 뒤져봐도 그 흔한 국제경쟁력이나 화려한 미래는 보이지 않는다. 대신 지성을 갖춘 성숙한 교양인, 한국학 연구의 활성화, 건전한 민주시민, 문화ㆍ예술적 소양을 갖춘 지성인 등 인간과 사회에 대한 사랑과 고민으로 가득차 있다.
거친 경쟁의 와중에서 시대의 흐름을 너무 도외시하는 목표가 아닐까? "교육을 단기적으로 봐서는 안됩니다. 사회가 요구하는대로 대학이 너무 민감하게 반응해서는 진정한 교육이 되지 못합니다." 한성대 이성근 총장은 유행에 휘둘리는 대학 풍토를 따끔하게 꼬집는다.
"무엇을 위해 학문을 하는가, 무엇을 가르치고 어떤 사람을 만들 것이냐는 고민은 온 데 간 데 없는 '껍데기' 교육이 우리의 현실"이라고 꼬집는 이 총장은 "정보화 관련 학문 등 미래 학문에 힘을 쏟는 동시에 자신과 우리 사회를 자각ㆍ발견ㆍ성찰하는 지성인, 교양인을 배출하는 것이 한성대의 철학이자 목표"라고 밝혔다.
1998년 한성대에 부임한 이 총장은 69년 서울대 신문대학원 교수를 시작으로 10여년간 배재대 총장(86~96년)을 지내는 등 6년간 정치인(9, 10대 국회의원)으로 잠시 '외도'한 것을 제외하면 대학 경력만 30여년에 이른다.
한성대의 화두라 할 수 있는 한국학 교육 활성화에 대한 집념도 이러한 오랜 경력에서 싹튼 고민의 결과다. "비행기를 쓰는 미국과 경운기를 모는 한국의 농업경제학이 다르듯이 모든 학문의 문제의식은 '우리'에서 나와야 합니다." 한성대가 '도심형 예술대 육성'이라고 이름 지은 디자인ㆍ무용ㆍ미술 분야 특성화 역시 한국학에 대한 천착의 첫 발걸음이다.
20세기 근대 한국사 자료관 설립의 꿈은 그 정점에 있다. 이 총장은 "20세기 한국사 자료는 모두 외국에 흩어져 있어 연구가 어렵다"면서 "머지 않아 근대 한국사를 연구하려면 한성대를 찾아라, 근대 한국사 자료와 연구의 메카는 역시 한성대라는 말이 나올 것"이라고 자신한다.
7,000명 학생 중 2,000여명을 외국학생으로 채우고 그만큼을 외국에 내보내겠다는 '국제캠퍼스' 구상 역시 한국학 발전의 또 다른 방법론이다. 물론 서슬퍼렇던 60년말에 중국 공산당사를 전공한 국제관계학 박사인 이 총장의 학문적 배경도 한 몫 했다.
이미 40여개 외국대학과 협정을 맺었고 100개 세계대학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국제학사도 만들 계획이다.
이 총장은 "창조는 곧 파격에서 나오지요. 따뜻한 사람들이 모여 만드는 우리 한성대는 때로는 엉뚱하고 가을이면 산천을 보는 여유를 가진 그런 학생에게 활짝 문을 열고 있다"면서 환하게 웃었다.
안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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